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21세기 마키아벨리' 伊 렌치 전 총리, 신당 창당 움직임(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렌치계' 상·하원의원 31명 민주당 탈당 가능성…사실상 분당 기로

오성운동-민주당 연정 불확실성 커질듯…렌치 "연정 계속 지지" 강조

연합뉴스

민주당 소속의 마테오 렌치 전 총리. [AFP=연합뉴스]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2014∼2016년 이탈리아 총리를 지낸 중도 좌파 민주당의 마테오 렌치(44)가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렌치 신당'은 이제 갓 출범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연정에도 영향을 주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어 현지 정가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언론과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렌치 전 총리는 최근 민주당 내 중도적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 계획을 공식화했다.

렌치는 "대중 사이에 새로운 정치 그룹에 대한 요구가 있다. 내 신당이 하나의 대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렌치는 이르면 다음 달 신당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현지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민주당 하원의원 112명 중 26명, 상원의원 53명 중 5명 정도가 각각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내에서 '렌치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이에 따라 렌치가 신당을 만들면 민주당은 사실상 분당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현지에서는 렌치 신당이 현실화할 경우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오성운동-민주당 간 연정의 불확실성도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렌치는 지난달 초 극우 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가 오성운동과의 연정 붕괴를 선언하고 조기 총선을 요구하자 최선두에 서서 오성운동과 연정을 지지한 인물이다.

연합뉴스

[EPA=연합뉴스]



오랜 앙숙인 오성운동과 밀착에 당내 일부 인사가 의문을 제기했으나 그의 의지는 그대로 관철됐다. 오성운동-민주당 연정 성사의 일등 공신인 셈이다.

하지만 렌치가 민주당을 떠나 새로운 정당을 만들 경우 새 연정의 기반과 지속가능성도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렌치계 현역 의원이 당을 이탈하면 오성운동과 민주당이 확보한 상·하원의 과반도 무너진다.

이를 의식한 듯 렌치는 신당이 새 연정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 지지를 거둘 개연성은 있다.

일각에서는 렌치가 실제 신당 창당을 시도한다기보다는 니콜라 진가레티 현 민주당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고 다시 당의 실권을 잡으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시각도 있다.

진가레티 대표는 렌치의 신당 창당 계획에 대해 "당의 분열을 획책하지 말라"며 공개적으로 경고장을 날렸다.

연합뉴스

[EPA=연합뉴스]



2009년 피렌체 시장에 당선되며 이탈리아 정계에 이름을 알린 렌치는 2014년 2월 전후 이탈리아 정치사상 최연소인 39세에 총리가 된 인물이다.

취임 초기 정치·노동·교육 부문에서 구성원들의 거센 저항을 뚫고 일련의 개혁 작업을 추진, '로타마토레'(Rottamatore·파괴자)라는 별명을 얻었으나 독선적이고 오만하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2016년 12월 상원 대폭 축소를 골자로 한 개헌 국민투표가 부결되자 총리직에서 물러난 그는 이후에도 당내 최대 계파를 이끌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권력을 잡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그의 정치 스타일을 빗대어 '21세기 마키아벨리'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꽤 있다.

그는 총리에 오를 때도 정치적 라이벌로 꼽히던 엔리코 레타 총리를 당 대표 선거를 통해 쫓아내는 다소 '비상식적인' 방식을 사용했다.

권력 투쟁 과정에서 총선 없이 같은 당내에서 총리가 교체된 드문 사례다. 당시 정가에서는 이를 '궁정 쿠데타'라고 불렀다.

렌치의 신당 창당 움직임 역시 표면적으로는 새 연정의 내각 구성에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주 출신이 원천 배제된 데 대해 당내 렌치계 인사들이 불만을 표출하면서 현실화했지만 그 배후에 렌치의 권력욕이 자리잡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더타임스에 "피렌체 시장으로 재직할 때 마키아벨리의 옛 사무실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나는 마키아벨리와 같은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luc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