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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박소현의 내 인생의 책]①변화를 위해 지어지다 - 앤 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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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건축 연구방법론의 고전

경향신문

딸아이가 세 살이 되던 해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늦바람 난 듯이 박사과정을 시작했는데, 나는 그때서야 공부가 진짜 재미있다는 것을 부끄럽지만 처음 알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건축에 대해 내가 탐구하고픈 것이 거창한 작품 이론이 아니어도 되고, 평범한 일상의 동네건축 현상이어도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스레 알았기 때문이지 싶다. 집동네의 지극히 진부한 건물과 길과 터에 대한 공부가 문제이기는커녕 제대로 연구를 하면 학문의 정체성, 진정성은 오히려 더 견고해진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책 가운데 <변화를 위해 지어지다>가 있다.

이 책의 긴 제목은 ‘Built for Change: Neighborhood Architecture in San Francisco’이다.

전통적으로 도시형태학을 이끌어온 유럽의 역사도시도 아니고, 심지어 미국의 유서 깊은 동부 도시도 아닌 서부 도시의 유래 없는 주거지역에서 지난 150여년 개발의 시간을 견뎌내며 어떻게 건물 디자인, 용도, 오픈스페이스, 필지, 블록 구조 등이 변화해 왔는지 세세히 가시화하여 동네건축의 적응 실체를 규명한다.

건축학 분야는 물론 역사학, 사회학 분야에서도 읽히는 이 책은 일상 환경의 생활 통계, 도면, 지도, 문헌, 기록물 등의 꼼꼼한 변화 양상자료를 모두 아우르며 동네건축 연구방법론의 고전으로 그 명성을 갖는다.

변화에 잘 대응하는 동네건축 연구는 최근 life-log 빅데이터, 지리정보시스템(GIS) 등 새로운 기술 도구에 힘입고, 사회가 요구하는 보행, 건강, 보건, 음식 분야 도전주제 등과 연동하여 새로운 지식생산가능성을 무한히 제시한다. 나는 다시 한번 늦바람을 또 일으키며 공부에 새삼스레 매진해보고 싶다.

박소현 |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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