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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북·미 협상 공유, 한·일 갈등 조율…다음주 한반도 정세 중대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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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한·미 정상회담

비핵화 진전·GSOMIA 봉합 등…문 대통령, 트럼프와 논의 예상

미국 ‘동맹 청구서’ 압박 우려도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미국 뉴욕을 방문해 유엔총회에 참석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한·미 정상회담은 지난 6월 말 청와대 회담 뒤 약 석 달 만이고, 문 대통령 취임 이후 9번째다.

당초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번 유엔총회에 참석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가 임박한 시점인 데다 한·일 경제갈등 및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이후 첫 한·미 정상회담인 만큼 한반도 정세의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다시 추진력을 받는 한편 GSOMIA 종료 결정으로 한·미관계가 불편해진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북한의 ‘선미후남’ 기조, 한·일 갈등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방관자적 태도 등으로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미국 측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청 등 ‘동맹 청구서’를 내밀 수도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다. 최근 상황을 보면 “이달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지난 9일)고 밝힌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발언,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해임, ‘올해 어느 시점에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것’(12일)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등으로 비핵화 협상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한·미 정상 입장에서도 비핵화 협상 성공이 절박한 시점이다. 문 대통령으로선 남북관계 교착상태를 풀고 한반도 평화경제 구상의 첫발을 떼려면 비핵화 협상이 돌파구가 돼야 한다. 지금까지 남·북·미 관계가 ‘남북관계 개선→북·미 대화 진전’으로 나아갔다면 이제는 북·미 대화 진전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내년 대선에서 비핵화를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려면 논의의 진전을 이뤄야 한다.

■ 입지 좁은 한국·대선 앞둔 미국, 북한 비핵화 협상 진전 ‘미지수’

두 정상은 비핵화 협상의 쟁점으로 떠오른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문제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한·미 정상이 북·미 하노이 핵담판 결렬 때보다 진전된 해법을 도출할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노골적인 ‘선미후남’ 정책으로 대북 ‘중재자’ 입지가 현저히 좁아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내년 대선을 앞둔 터라 북한에 양보할 수 있는 폭이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고한 한·미동맹 확인도 문 대통령의 주요 목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를 통해 GSOMIA 종료 결정 이후 불편해진 양국 관계를 추스르고, 일각에서 나오는 한·미동맹 약화 우려를 불식할 필요가 있다. 두 정상이 ‘빛 샐 틈 없는’ 한·미동맹을 과시할 경우 한·일 갈등 국면에서 정부의 대일 협상력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다만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 등 트럼프 대통령이 과도한 ‘동맹 청구서’로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다른 나라들을 방어해줘도 대가를 거의 못 받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일 갈등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할 수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이번 유엔총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국과 협상의 문을 닫아 건 일본 정부의 태도로 보아 문 대통령과 따로 만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정상을 중재하는 모양새를 만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문 대통령은 오는 24일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면담하고 주요국 정상들과 양자회담도 가질 예정이다. P4G(녹색 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 준비행사를 공동 주관하고 기후행동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이번 유엔총회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문 대통령의 첫 다자외교 무대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3년 연속 유엔총회에 참석하게 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5일 “여러 가지 해결하려는 자리보다는 선택된 일정 중심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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