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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설왕설래] 세금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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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조선은 왜 망했을까.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삼정의 문란이다. 삼정은 전정·군정·환곡제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전정은 소득세, 군정은 방위세, 환곡은 긴급재해자금대출과 비슷하다. 가지고 있지도 않은 땅에 세금을 물리는 백지징세(白地徵稅), 갓난아기에게 군포를 물리는 황구첨정(黃口簽丁), 죽은 사람에게도 군포를 징수하는 백골징포(白骨徵布)…. 텅 비어 버린 곳간. 백성은 땅을 버리고 유민으로 변했다. 조선 후기 들불처럼 일어난 농민반란. 삼정의 문란과 맞물려 있다. 실학은 시들고, 부패한 정치가 판을 친 때다.

공자는 이런 것을 무엇이라고 했을까.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 가혹한 정치란 바로 세금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민 1인당 세금 부담액이 내년에는 평균 749만9000원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소득세·부가가치세·법인세·각종 세목으로 이루어진 국세와 지방세를 합친 금액을 전체 국민 수로 나눈 금액이다. 4인 가구의 부담액은 평균 2963만6000원. 2023년에는 1인당 세금 부담액은 853만1000원까지 불어난다. “왜 이렇게 세금을 많이 떼지?” 월급쟁이마다 하는 말이다.

새로운 통계 하나가 눈에 띈다. 자영업자의 사업자 대출이 지난 2분기에 12조원6000억원 늘어 425조9000억원에 이르렀다. 이와 별도로 자영업자가 빌린 일반 가계대출은 228조4000억원. 이 역시 급속도로 불어났다. 초유의 불황에 대거 투자를 한 것도 아닐 텐데 왜 늘었을까.

답은 ‘불어난 세금’에 있는 것이 아닐까. 1인당 세금 부담액은 2010년대 초반 5년 동안 연 490만~551만원. 후반 들어 급속히 불어났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그 결과 호주머니는 비고, 빈 호주머니를 빚으로 채운 것은 아닐까. 파산 벼랑에 내몰린 자영업자는 특히 그럴 가능성이 크다. “재정을 풀어 일자리를 만들고 복지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구호. 이제는 현금까지 살포한다. 무슨 돈으로? 세금으로. 세금이 모자라면 빚낸 돈으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말했다. “공짜 점심과 같은 것은 없다.” 세상에는 달콤하기만 한 것도 없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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