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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2년전 트럼프의 휴대폰 도청 시도, 우방 이스라엘이 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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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2년간 배후 추적후 결론… 네타냐후 "터무니없다" 부인

이스라엘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대통령들의 통화를 감청하기 위해 백악관 인근에 휴대전화 도청 장치를 설치해 운용해왔다는 백악관 고위 관리의 증언이 나왔다. 미국의 적성국인 중국이나 러시아가 아니라 최고 우방인 이스라엘이 최고 권력을 노린 스파이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펼쳐온 트럼프 대통령은 "믿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스라엘 편에 섰다.

12일(현지 시각)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인 2017년 워싱턴 DC의 백악관 인근에서 서류가방 크기의 도청 장치 '스팅레이'를 발견했다. 스팅레이는 통신사의 송신탑과 휴대전화 사이에서 오고 가는 데이터를 중간에서 가로채, 통화 내용과 위치 정보 등을 수집하는 도청 장치다. 최대 1.5㎞ 이내의 통화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2년여간 이 도청 장치의 배후를 추적한 결과, 백악관 내부에 대한 접근 가능성과 자금 흐름 등을 토대로 배후에 이스라엘 정부가 있다고 최근 결론 내렸다. 백악관 고위 관리 3명은 폴리티코에 "(도청 장치는) 트럼프 대통령 통화 도청용"이라며 "이스라엘이 배후에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혈맹임에도, 모사드 같은 정보기관을 동원해 스파이 행위로 얻은 정보를 이용해 미국과의 외교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즐겨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지 W 부시 정부 때였던 2006년엔 미 국방부 직원이 대(對)이란 외교정책 문서를 이스라엘에 넘겨 징역을 받았다. 이스라엘에 상대적으로 적대적이었던 오바마 정부 땐 이스라엘 외교관이 미국과 협상 중 공개되지 않은 대통령 연설문 초안까지 언급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백악관 공무원들은 국가 기밀이 담긴 중요한 통화는 주로 보안 강도가 높은 유선전화를 사용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다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매일 수십 건씩 트위터를 올리는 트럼프는 외부 인사들과 자유로운 통화를 위한 통화용 휴대전화와 트위터용 휴대전화 두 대를 사용한다. 한 달에 한 번 받아야 하는 보안 검사도 "귀찮다"며 거르는 경우가 많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2일 폴리티코 보도 직후 성명을 내고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며 "오랜 기간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 내 정보 작전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스라엘이 스파이 행위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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