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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그가 기타줄을 퉁기면, 흙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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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기타리스트 '사자' 최우준, 21~22일 '재즈라이프 캠프' 공연

"블루스에 한글 가사 붙이니 우리나라의 恨이 담기더라"

1996년 재즈 클럽 야누스에 최우준(42)이 섰을 때 관객은 얼굴을 찌푸렸다. 드라마 '사랑은 그대 품 안에'의 인기로 재즈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 때였다. 배우 차인표처럼 말끔한 정장 차림의 뮤지션들 사이, 찢어진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선 최우준은 '건달' 같았다. 특히 노랗게 물들인 그의 '폭탄' 머리는 파격이었다. 하지만 그가 기타줄을 퉁기자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호방하면서도 섬세한 소리에 환호했다. 그날 그에겐 '사자'란 별명이 생겼다.

조선일보

11일 만난 최우준은 마치 사자 갈기 같은 ‘폭탄’ 머리를 휘날리며 기타를 들어보였다. 그는 “중1 때 아버지가 선물한 일렉 기타를 아직도 사용한다”고 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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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만난 그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스무 살 때부터 쭉 이랬는데 요즘 갈기가 많이 죽었다"며 웃었다. 재즈 클럽에서 데뷔했지만 23년간 여러 장르를 섭렵했다. 2007년 첫 앨범에선 록을 연주했고 2013년엔 블루스 앨범을 냈다. 팝재즈 그룹 윈터플레이에서 기타를 연주했고 웅산을 비롯한 여러 뮤지션과 협연했다. 재즈비평가 남무성은 "최우준은 뮤지션들의 뮤지션으로 재즈, 록을 비롯해 거의 모든 장르를 자유롭게 소화하는 거의 유일한 기타리스트"라고 평했다.

그는 "다양한 장르를 연주하는 건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것과 비슷하다"면서도 "내 본래 정체성은 블루스"라고 했다. "카바레에서 추는 '부루스'가 아니라 흑인들의 노동요를 블루스라고 한다"며 "재즈의 형님뻘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한 서린 민요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7년 만에 발매한 3집 정규 앨범도 블루스가 기반이 된 사이키델릭한 곡들로 채워졌다. 그는 "한글 가사를 블루스 멜로디에 붙이려다 보니 흙냄새 나는 한국형 블루스가 탄생했다"고 했다. 타이틀 곡으로 고른 '연기가 보고 싶다'에는 그만의 한이 서려 있다. "노래를 하기 위해 한 달 정도 금연을 시도하다가 쓴 곡"이라고 했다. 10분에 가까운 긴 곡을 타이틀로 한 것에 대해 그는 "'노래 길이가 3분 30초를 넘기면 안 된다' '1분 미리 듣기를 위해 앞쪽에 하이라이트를 배치해야 한다' 같은 음악계의 상업적인 법칙을 모두 깨려고 했다"며 "블루스의 반항 정신을 담은 것"이라고 했다.

부산에서 음악감상실을 운영했던 아버지 덕분에 지미 헨드릭스, 에릭 클랩턴을 들으며 자랐다. 중1 때 아버지가 선물한 일렉 기타를 아직도 사용한다. 그는 "장비에는 욕심이 없다"며 "앰프에 연결해서 소리가 나면 친다"고 했다.

그가 오는 21~22일 경기 양평 파인밸리에서 열리는 '재즈라이프 캠프' 무대에 선다. 사자 최우준과 재즈 보컬 혜원이 관객과 어울려 밤새 연주하는 캠프 형식의 콘서트다. 그는 "한 명이 부르면 모두 따라 부르게 되는 블루스처럼 관객들과의 잼(JAM·즉석 합동 연주)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02)419-0801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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