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그런데 좌고우면을 지나치게 터부(Taboo)시(視)하는 사람은 자칫 주변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독선에 빠질 위험도 있다. ‘眄’은 사물의 형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한쪽 눈을 지그시 감고서 소상하게 보는 행위를 표현한 글자인데, 한쪽 눈을 지그시 감는 행위를 잘 못하면 자칫 봐야 할 한쪽을 아예 못 보는 ‘애꾸눈’ 상태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에 형평성을 잃고 독선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처럼 좌고우면을 안 하는 것은 당당한 소신이기 때문에 칭찬받을 수도 있지만, 누구라도 아예 좌고우면을 못한다면 그것은 공간지각능력 부족이므로 지탄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소신이 너무 강한 나머지 좌고우면을 지나치게 하지 않다 보면 더러 좌고우면을 아예 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되기도 한다. 윤흥길의 소설 ‘완장’에 나오는 저수지지기 임종술이 좌고우면을 못한 바보의 대표적 예이다. ‘완장’을 ‘권력’으로 여긴 임종술은 완장에 눈이 멀어 자기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판단하지 못하고 그토록 못난 행패를 부린 것이다.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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