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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마르쿠스 몰리터(Markus Molitor) 獨 대표 화이트 와인…파커도 ‘100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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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의 선선한 바람과 함께 민족의 명절 추석이 다가온다. 오랜만에 가족, 친지들과 고향에서 만나 정겹게 와인 한잔 기울이면 어떨까.

독일 모젤 지역 와인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각광받았다. 1816~1832년에 이미 포도밭에 등급을 매겨 세금을 징수한 기록이 남아 있다. 19세기에 당시 최고급 포도밭을 소유했던 마르쿠스 몰리터 와이너리는 모젤강이 흐르고 젤팅거의 포도밭이 내려다보이는 벨레너 크로스터베흐(Wehlener Klosterberg) 중앙에 위치한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와이너리를 재건축해 현대적인 와인 양조 시설을 도입했다. 이후 모젤 지역 대표적인 와이너리로 자리매김했다.

8대에 걸쳐 와인을 생산해온 이 와이너리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현재 오너인 마르쿠스 몰리터가 10살 때였다. 아버지가 오른팔을 잃고 포도 농사와 와인 양조에 어려움을 겪자 효자였던 그가 포도밭 관리뿐 아니라 양조에 나섰다. 그 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1984년 20세 나이에 포도밭 3헥타르를 상속받아 본격적으로 와이너리 경영을 시작한다. 현재는 40헥타르 포도밭(베른카스텔 그라벤, 젤팅거, 베를렌 등 17개 포도밭)으로 규모를 키웠다.

매경이코노미

마르쿠스 몰리터는 100년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판매됐던 모젤 와인의 명성을 되찾고 8대 선조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고자 필사의 노력을 했다. 거의 60도에 가까운 경사진 점판암 포도밭의 개성을 그대로 살리고 산도와 당도가 최고 경지가 될 때까지 위험을 감수하면서 수확 시기를 늦춰 잘 익은 포도만을 선별, 수차례에 걸쳐 수확한다. 양조 과정에서는 어떤 첨가제도 넣지 않고 자연 효모를 사용하며 과학적인 데이터를 활용한다.

이런 노력 끝에 그는 ‘살아 있는 독일 와인의 전설’이 됐다.

2013년 동일 빈티지로 미국의 저명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을 3개나 받았다. 2013년은 유럽 포도 작황이 좋지 않아 와인 양조가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한 해였기 때문에 더욱 값진 성과였다. 로버트 파커는 “믿기 어려울 만큼 훌륭한 리슬링 와인을 경험했다. 자연스러운 순수성, 부드러우면서 생동감이 넘치는 와인맛이 감동을 준다”고 극찬했다. 이후 2017년산 등 100점을 2개 추가해 총 5개를 받았다.

사실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을 받기 이전에도 이미 95~99점을 수차례 받아 새롭게 떠오르는 와인으로 주목받고 있었다. 지금까지 독일 와인 중에서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을 받은 와인은 마르쿠스 몰리터 와인을 비롯해 총 9개뿐이다. 각종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수많은 상을 받았고, ‘2014년 올해의 양조가’ ‘독일 모젤 와인을 대표하는 와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와인 전문잡지 평론가들은 마르쿠스 몰리터를 ‘와인 양조에 두려움이 없고, 일 중독자며, 창의적이고 광기 어린 양조가’라고 말한다. 그는 포도를 수확할 때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는 고집으로 포도밭의 테루아를 반영한 포도 품종(리슬링, 피노 누아, 피노 블랑), 와인 스타일, 양조 방법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 ‘모젤 지역 포도밭의 도서관 또는 교과서’라고 불린다.

필자는 마르쿠스 몰리터 젤팅거 존넨우어 리슬링 아우스레제 2014(Markus Molitor Zeltinger Sonnenuhr Riesling Auslese 2014)를 시음했다. 황금색을 띤 이 와인은 오렌지, 복숭아, 설탕에 절인 자몽, 배, 카시스, 아니스, 말린 향신료 등의 향이 느껴진다. 입안에서 나비가 날아가는 듯한 섬세하고 화려한 신맛과 단맛의 조화가 뛰어나다. 집중도, 고급스럽고 관능적인 풍미는 어느 와인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하다.

음식과의 조화는 불고기, 탕수육, 특히 지방이 많은 연어, 전어, 방어회에 매우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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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윤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4호·추석합본호 (2019.09.04~2019.09.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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