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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TV는 거거익선이라는데…70인치 LCD가 60인치 OLED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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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결혼한 서지웅 씨는 신혼집에 놓을 TV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OLED, QLED 등 시중에 나온 제품은 많지만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지 난감했기 때문이다. OLED TV는 화질이 좋다고 하지만 그만큼 비싸 원하는 크기의 제품을 제 가격에 구입하기 어렵다. 결국 서 씨는 70인치대 QLED TV를 구입했다. 60인치대 OLED TV 가격으로 70인치대 TV를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서 씨는 “화질도 중요하지만 TV는 클수록 좋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깨닫고 큰 TV를 구입했다”며 “현재 아주 만족하며 쓰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TV는 거거익선(巨巨益善)일까.

초대형 TV의 상승세가 무섭다.

지난 50년 TV 산업은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바뀌지 않은 트렌드가 하나 있다. 바로 ‘TV는 크면 클수록 좋다’는 원칙이다.

2~3년 전만 해도 TV는 아파트 크기와 맞춰 나름 기준이 있었다. 전용 50㎡ 이하는 40인치, 전용 59~84㎡는 50인치대가 대세였다. 하지만 TV 크기에 대한 기준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전용 59~84㎡에 거주하는 사람도 70인치 이상 TV를 선호하기 시작했으며 그보다 더 넓은 집에서는 80인치를 고려하는 사람이 늘었다. 엄밀히 말하면 집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대형 TV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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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몇 년 전부터 70인치 이상 대형 TV 대중화에 나섰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선보인 82인치 8K QLED TV.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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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에 긴장한 삼성

▷TV 대형화로 판세 뒤집어

정확히 3년 전.

삼성전자 TV 사업은 여러모로 어려움에 처했다. LG전자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공세가 지속되면서 삼성전자는 설 자리를 잃기 시작했다. 퀀텀닷, QLED TV 등을 선보였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자칫 10년 이상 지속했던 ‘세계 TV 1위’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위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꺼내든 카드는 ‘TV 대형화’였다. 당시만 해도 55인치 TV가 대세였으며 간혹 65인치 TV를 선택하는 집이 있을 정도였다. 70인치 이상 TV는 워낙 고가로 일반 가정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삼성전자는 OLED TV에 대항하는 해법을 ‘70인치 이상 TV’에서 찾고 판세를 뒤집을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TV 사업에서 6년 만에 분기 최고 점유율을 기록한 비결은 다름 아닌 ‘대형화’에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전 세계 TV 시장에서 31.5%(금액 기준)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분기별 점유율로는 2013년 1분기 이후 약 6년 만에 최고치다. 지난 1분기(29.4%)와 비교하면 2.1%포인트 오른 수치다. 2위인 LG전자(16.5%)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져 약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대형 TV 시장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 질주는 두드러진다. 올 2분기 75인치 이상 TV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53.9%(금액 기준)에 달한다.

▶70인치 이상 TV의 이유 있는 인기

▷긴 교체 주기에 라이프스타일 변화

2000년대 중반 액정표시장치(LCD) 등장으로 TV 사이즈는 전반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과거 브라운관 TV는 20인치대에 불과했지만 LCD와 플라스마 TV 등장으로 30~40인치대 TV가 등장했다.

10년 전만 해도 40~43인치대가 가장 많이 팔렸다. 2010년에서 2014년까지는 46~50인치대, 2015~2017년은 55~58인치가 대세였다. 2018년부터는 65인치가 가장 많이 팔리는 TV 사이즈로 등극했으며 덩달아 75인치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포화상태에 접어든 글로벌 TV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된 것도 초대형 TV다. 2017년을 기점으로 75인치 TV 판매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TV 대형화가 가능해진 이유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우선 기술 향상이다. 10년 전에도 75인치 이상 초대형 TV는 CES(국제가전박람회) 같은 글로벌 전시회에는 출품됐지만 상용화되기는 어려웠다. 기술적 한계 때문이다. 75인치 이상만 되도 TV는 UHD급, 즉 4K(800만화소) 이상 해상도가 필수다. 해상도가 높아지면 색을 표현하는 픽셀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에 가까이서 보더라도 어지럼 현상이 줄어든다. 최근 4K가 보편화되고 8K까지 구현되면서 70인치대 TV 대중화에 기여했다.

다양한 콘텐츠 등장도 TV 대형화에 일조한 모습이다. 최근 IPTV부터 넷플릭스, 고해상도 게임 등 고화질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 콘텐츠를 보다 생생하게 즐기고 싶은 소비자 욕구가 대형 TV를 선택하게 하는 이유로 보인다.

TV의 원재료인 LCD 패널 가격 인하 또한 빼놓을 수 없다. 75인치 패널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하면 평균 20% 이상 하락했다. 패널 가격 인하로 대형 TV 가격에 대한 소비자 부담감이 많이 줄었다. 삼성전자 4K 75인치 TV는 300만원대에 구입 가능하다. 위니아대우가 올 6월 출시한 75인치 TV 출고 가격은 200만원대 초반이다.

“일반인 눈으로는 OLED와 LCD 화질 차이를 바로 인지하기 어렵다. 반면 크기는 직관적이다. 게다가 TV는 다른 가전제품과 비교해 교체 주기가 긴 편이다. 최소 5~10년 이상 사용하기 때문에 TV 교체를 생각하는 사람은 되도록 큰 TV를 고르는 경우가 많다.”

김동원 현대증권 기업분석팀장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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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대응은

▷OLED 대중화로 승부수

지금까지 ‘QLED TV’는 ‘그래봐야 LCD TV’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았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TV 대형화 전략이 먹히면서 덩달아 QLED TV의 시장 지배력도 커졌다.

올 2분기 QLED TV 판매량은 120만대로 전분기보다 28만대 늘었다. LG전자와 소니 등이 주도하는 OLED(61만대)와 차이도 2배 가까이 벌어졌다.

지금까지 LG전자는 OLED TV 우수성을 강조하며 삼성전자의 QLED TV는 ‘LCD TV’라고 격하했다.

“QLED와 OLED TV 차이는 LCD와 OLED 차이로 설명해야 한다.” (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

“QLED TV는 엄밀히 말하면 LCD TV 백라이트 유닛에 QD 시트를 붙인 제품으로 LCD TV로 봐야 한다.” (강인병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부사장))

LG의 TV 마케팅 전략은 지금으로서는 실패에 가깝다.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LG전자 점유율은 삼성전자 절반도 못 미친다. 설사 LG전자 주장대로 품질이 떨어진다고 해도 삼성전자의 TV 전략을 마냥 비웃기는 어렵게 됐다. 앞으로 LG전자 대응 전략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LG전자는 OLED 패널 대량생산과 함께 8K 보급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LG전자는 최근 가격을 낮춘 77인치 대형 OLED TV를 출시했다. 그동안 LG전자 77인치 OLED TV 라인업은 초프리미엄 브랜드인 ‘시그니처 W시리즈’와 일반 OLED TV인 ‘C시리즈’ 두 종류였다. 이번에 가격대를 낮춘 B시리즈를 추가했다. 초대형 TV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함이다. 신모델 출고 가격은 1100만원으로 기존 77인치 OLED TV(W 1800만원·C 1200만원)보다 낮게 책정됐다.

여기에 희소식도 있다. LG전자에 OLED 패널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는 8월 29일부터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OLED 패널 생산량이 증가하면 그만큼 OLED TV 가격을 낮출 수 있다.

TV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8K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는 점은 LG전자 입장에서 반격의 기회”라며 “4K TV까지는 OLED와 QLED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지만 8K 고화질은 두 제품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4호·추석합본호 (2019.09.04~2019.09.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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