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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인터뷰] 박형철 머서코리아 사장 | Z세대 이해 없이 인사 혁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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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1970년생/ 미국 테네시주립대 경영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Anderson Business Consulting/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겸임교수/ 아름다운재단 이사(현)/ 머서코리아 대표(현)


Q 최근 두드러지는 인사(HR) 트렌드를 짚어준다면.

A 이번에 소개한 ‘인재경영 5대 전략’이 결국 HR 메가 트렌드 5가지를 설명해준다. 5개는 하나의 논리로 이어져 있다. 최근 비즈니스 모델에서 가장 큰 경쟁력은 ‘민첩성’이다. 이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디지털’과 ‘플랫폼’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 두 가지에 가장 잘 적응하는 인재가 Z세대다. 이들은 그간의 방식으로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Z세대가 중요시하는 근무환경의 ‘유연성’이 부각되는 이유다.

Q 변화를 이끈 가장 큰 동력은.

A 기술 진보 등 여러 변수가 있지만 하나만 고르라면 ‘세대 변화’를 꼽고 싶다. 이전 세대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밀레니얼과 Z세대에 대한 강연 문의가 전체 절반 이상일 만큼 기업 관심도 높다. 기업도 변했다. 과거에는 조직에 충성하고 몰입하는 인재를 중요시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조직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사람도 수시로 뽑게 되면서 개방적이고 적응력 높은 인재를 더 선호한다. 이 같은 문화를 가장 잘 체화하고 있는 세대가 바로 밀레니얼과 Z세대다.

Q 신세대를 잘 흡수하기 위해 필요한 HR 전략은.

A 그들을 겨냥한 소비 전략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요즘 세대는 축적 가치보다는 사용 가치를, 소유보다는 공유를 더 선호한다. 제품과 서비스 이면에 있는 사회적 가치나 공정성을 따진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직장에 오래 머무르는 것보다, 현재 하는 일의 가치나 재미가 더 중요하다. 기업은 자기 제품과 서비스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직원을 잘 교육하고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전문성과 특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주변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필수다. 평생 한 가지 일만 하라고 하면 그 막막함을 이겨내지 못한다.

Q HR 전략 수립에 있어 업종별 차이점은 없는지.

A 업의 차이를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된다. 아무래도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IT나 콘텐츠 기업들이 혁신을 빨리 받아들인다. 반대로 중공업 등 중후장대 산업은 느린 편이다. 이런 차이는 그들이 상대하는 고객과 비즈니스 모델 차이에서 발생한다. 돈을 버는 방식이 다르면 여기 기여하는 핵심 직무나 역량도 달라진다. HR 전략 역시 이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구찌나 샤넬 같은 럭셔리 브랜드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사람은 디자이너다. 반면 같은 패션업에서도 유니클로 같은 SPA에서는 신속하게 전 세계로 옷을 날라야 하는 ‘서플라이 체인 매니저’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치산업에서는 사람보다는 장치 기여가 높고 경기 영향도 많이 받는다. 세 산업에 똑같은 성과 보상체계를 적용하면 큰 문제가 생길 테다. 아무리 혁신적인 전략이 있어도 무리한 도입은 금물이다. 누구에게나 약발이 드는 만병통치약 같은 전략은 없다.

Q 한국만의 특수성도 있을 것 같다.

A ‘HR의 갈라파고스(고립지)’라고 불리는 것이 바로 한국이다. 강력한 호봉제와 연공서열 등 다른 나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문화와 제도가 많다.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장점도 분명 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밀레니얼·Z세대는 글로벌 보편성이 높은 세대다. 기업도 한국 특성보다는 보편성을 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히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조직체계 간소화가 시급하다. 사원에서 부장에 이르는 이른바 ‘사·대·과·차·부’ 제도는 너무 비효율적이다. 과도 없고 부도 없는데, 과장과 부장은 있다.

Q 미래 HR 트렌드를 전망해보자면.

A 아무래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IT 기술이 더 많이 활용될 것 같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HR 영역에서 공정성에 대한 관심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 사람의 주관이 배제된 객관적 평가 시스템이 필연적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다만 IT 기술을 당장 활용하기에는 지금까지 축적·생성해놓은 데이터가 워낙 부족해 신뢰도가 떨어진다. 유의미한 데이터 확보가 첫걸음이 될 것이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 사진 : 최영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4호·추석합본호 (2019.09.04~2019.09.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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