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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항공 마일리지 ‘날아갈 일’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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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항공사 약관 개선 추진

소멸시효 10년…약관법 위반 소지

항공권 구입 어렵고 사용처도 제한적

좌석 배정 늘리고 ‘현금 복합결제’ 도입

카드 포인트로 ‘역전환’ 방안 등 제시

항공사 “공정위도 동의한 약관” 반발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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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 보너스가 10년이면 자동으로 소멸되는데, 정작 마일리지 보너스로 항공권을 구입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 “항공권 외 다른 사용처가 너무 제한되어 있다.”

소비자들이 항공사 마일리지와 관련해 가장 빈번하게 제기하는 불만이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현행 항공사 마일리지 약관을 손보기로 했다.

16일 공정위와 항공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공정위는 항공사들이 2010년 마일리지 약관을 개정해 소멸시효를 10년으로 제한한 행위에 대해 약관법 위반 혐의를 두고 조사 중이다. 항공사들은 2010년 마일리지 소멸시효를 5년으로 설정하려다 10년으로 늘렸고, 올해부터 마일리지 소멸시효가 시작됐다. 공정위는 “법 위반 소지가 있어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항공사 마일리지 보너스 제도는 항공기에 탑승하거나 신용카드 등의 제휴 서비스를 이용할 때 적립된 마일리지를 항공 좌석 매입 등에 사용하는 것으로, 1984년 대한항공이 처음 도입했다.

공정위는 항공사 마일리지 제도의 전반적인 개선을 위해 외부 연구용역을 시행해 최근 보고서를 받았다. 보고서에서는 항공사가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정해 놓고도 시효 정지가 가능한 상황에 대한 내용을 약관에 전혀 넣지 않고, 발권 이후 10년이 흐르면 무조건 시효가 지난 것으로 처리하는 것은 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됐다. 또 사용 여건이 제한적이어서 이용자가 마일리지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시민단체는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운영 약관은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는 민법과 배치돼 부당하다며, 유효기간 적용을 마일리지 적립 시점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사용 가능한 시점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마일리지를 쓰려면 일정 수준 이상 적립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제대로 마일리지를 써보기 전에 소멸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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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제시된 개선 방안 중에는 마일리지와 현금을 함께 써서 항공권을 사게 하는 ‘복합결제’ 도입이 포함돼 있다. 항공사들에 마일리지 좌석을 별도로 할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게 하고, 마일리지와 현금을 함께 써서 항공권을 살 수 있도록 함으로써 마일리지 사용 범위를 넓힌다는 취지다. 또 마일리지로 구입할 수 있는 항공권 좌석의 배정을 현행 전체 좌석의 5% 수준에서 더욱 늘리고, 신용카드로 쌓은 마일리지를 카드 포인트로 역전환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항공권 외에 호텔 숙박이나 렌터카 이용, 면세품 구입 등에 사용할 때 마일리지의 경제적 가치를 너무 작게 책정한 것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보고서 내용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약관법 위반에 대해 시정명령과 고발을 할 수 있지만, 가급적 항공사들이 자진해서 약관을 개선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항공사들은 2010년 당시 공정위의 동의를 받아 마일리지 시효를 만들었는데 또다시 불법 여부를 검토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며 불만의 소리를 내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 마일리지 유효기간과 관련된 약관 내용은 과거 공정위 심의를 거쳐 유효함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항공사 잔여 마일리지는 2002년 말 1561억마일에 이르렀는데, 소멸시효 10년이 도입된 뒤 사용이 늘어나 현재는 1000억마일 안팎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1마일당 평균 가치가 20원가량이어서, 전체 잔여 마일리지의 경제가치는 2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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