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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경제칼럼] 한미관계 회복하려면 지소미아 복원 시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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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로 접어드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가 확실한 가운데 오는 10월 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세계 경제는 또다시 휘청거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갈등은 정치경제 전반으로 확산됐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한미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첨단소재 수출규제 방침을 발표한 일본 정부를 미국이 설득해주기를 희망했다.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발표 직후 ‘강대강’ 맞대응 입장을 밝히면서 미국에 일본의 부당한 처사를 설명하기 위해 우리나라 차관급 고위 인사 3명을 워싱턴으로 급파했다. 하지만 미국 반응은 신통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가 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고위층은 일찌감치 일본 설명을 들었을 것이다.

워싱턴에서 일본의 존재감은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고 두텁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이후 일본은 전승국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애써왔다. 수출규제와 같은 핵심 통상정책은 사전에 설명하는 것이 오랜 관례다. 그럼에도 우리 고위층은 미국에 역할을 부탁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얼마 안 가 우리 정부는 결정적인 판단 착오를 한다. 안보 측면에서 우리나라 손실이 크지만 일본이 연장을 원하는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빼든 것이다. 미국 반응은 심각했다. 국무부와 국방부 등에서 이례적으로 수차례 ‘실망’을 언급했다. 이에 청와대 안보실 차장은 미국의 불만은 당연한 것이라는 앞뒤 안 맞는 논평을 내놨고 외교부는 미국 대사를 ‘초치’해 불만 표출을 삼가줄 것을 부탁했다. 미국 대사는 국내 안보 행사 참석을 취소하고 미국 햄버거 체인 ‘쉐이크쉑’ 종각점에서 모습을 보였다. 사진으로 말보다 강한 의사 표시를 한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별러온 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호르무즈 해협 파견 등에서 미국의 ‘청구서’가 날아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미군기지 조기 환수 방침을 발표했다. 의도를 짐작할 수 있지만 과연 통할 것인가.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관계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 한일 지소미아는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제안했던 것으로 주한미군 안보와도 직결돼 있다.

미국은 우리 경제는 물론이고 안보와 직결된 국가다. 한미일 동맹으로 한반도 안정이 지켜지는 현실에서, 일본과 적대적인 관계에서 미국과도 불편해졌다. 당초 희망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적절한 명분을 만들어 지소미아를 복원해야 한다. 문제를 알고도 시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결정을 한 것보다 더 나쁘다.

중국과 전방위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은 또 다른 조치를 강구할 것이다. 보호무역주의 조치 적용은 중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도 안심할 수 없다. ‘괘씸죄’를 덮고 넘어가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조치를 트윗으로 지시할지 예상하기 어렵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대통령에게 요청하지 않았는가. 오는 10월이면 자동차 관세 등의 결정을 내릴 것인데 불똥이 어떻게 튈지 예측하기 어렵다.

세계 경제가 내리막길로 접어들었고 미중 무역전쟁 격화, 노딜 브렉시트, 아르헨티나 경제위기 등 대외 통상환경 악화에 한일 갈등, 한미관계 악화로 우리 경제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환율만 봐도 일본 수출규제 이전에 비해 15%나 평가절하됐고 우리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인 수출도 불안하다. 일부 기관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1%대로 빠질 수 있다고 예측한다. 한미관계마저 흔들리면 최악의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국익 차원에서 정치외교적 판단이 필요하다.

매경이코노미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5호 (2019.09.18~2019.09.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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