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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취재수첩] 집값도 투기도 못 잡은 분양가상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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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청약가점이 올라 당첨이 더 어려워질 거잖아요. 저도 내 집 장만해야 하는 마당에 무조건 ‘못 먹어도 고(Go)’ 해야 합니다.” (서울 동작구 주민 김 모 씨)

지난 8월 말 평균 203.75 대 1 경쟁률 끝에 청약 마감한 서울 동작구 ‘이수푸르지오더프레티움’. 일반분양분 89가구를 모집하는 데 1순위 청약통장이 1만8134개나 몰렸다. 청약가점이 최저 56.33점, 최고 79점. 사례의 김 모 씨는 결국 이번 청약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앞으로 분양되는 아파트에 계속 청약할 생각이라고 했다.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한 10월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서울 강남발(發) 집값 상승을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청약 시장 열기는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펄펄 끓는 모습이다. 청약통장 만점에 가까운 투자 수요가 몰릴 것이란 불안심리가 가득한데 정부 믿고 집값이 내리기만을 기다릴 사람이 없다. 이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 초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바로 작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속도 조절을 시사했지만 이미 기름이 끼얹어진 후다. 너도나도 청약 시장에 뛰어든다. 당첨은 더욱 어려워진다.

정부가 그렇게 잡고 싶어 하던 강남 집값은 잡혔을까.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 이후 올해 8월까지 서울 집값은 14.87% 상승했다. 8월 강남 4구 매매수급지수는 99.7(서울 평균 96.4)로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아직까지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도 지난 4월부터 꾸준한 오름세를 보인 만큼 강남 주택 시장이 곧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분양가상한제로 부동산을 옥죄었지만 수요자들은 이를 ‘강남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란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과거에 이미 비슷한 일을 겪은 수요자가 이번에도 똑같은 결과를 예상하고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쯤 되면 분양가상한제가 정부의 ‘오판’임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매경이코노미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5호 (2019.09.18~2019.09.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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