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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TOPIC] 초저금리 시대 역행하는 수입차·증권사 ‘이자장사’…‘신차 할인’ ‘무료 수수료’ 이면엔 11% 高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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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에 사는 김헌상 씨는 지난 4월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로 차를 바꿨다. 타던 차가 10년 넘어 고장이 잦아진 데다 메르세데스-벤츠 딜러가 프로모션을 세게(?) 걸었기 때문이다. 딜러가 제시한 가격은 5100만원. 정가 6300만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금액이었다.

그러나 불편한 조건이 붙어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로부터 할부금융을 꼭 써야 한다는 것. 이자는 연 6.92%나 됐다. 김 씨는 “초저금리 시대라 낮은 이자를 내고 돈을 빌릴 수 있었으나 강제 조건이라 어쩔 수 없이 벤츠 할부금융을 이용했다. 차 값을 확 내려 소비자를 유혹한 뒤 과도한 이자를 챙기는 것 같다”며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1%대 초저금리 시대, 여전히 고금리 장사를 하는 기업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다. 대표적인 곳이 수입차 계열 여신금융사다. 김 씨 사례처럼 수입차 업계는 대폭 할인 프로모션을 단행하고, 뒤로는 브랜드 계열 여신금융사로 이자를 챙기는 전략을 쓴다. 때로는 수입차 브랜드의 ‘신차 할인+할부이자’보다 대형 카드사 오토론이 이익이지만 소비자는 어쩔 도리가 없다.

특히 독일 브랜드는 이 같은 영업 행태로 파이낸셜 서비스를 키워왔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가 26만대를 넘어서며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독일계 수입차 금융 3사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비결이기도 하다.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3사는 지난해 1438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냈다.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785억원으로 3사 중 최고의 실적을 냈다. 2017년보다 다소 줄었지만, 2016년과 비교하면 20% 가까이 이익을 늘렸다. 벤츠는 지난해 한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연간 7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BMW 차량 대규모 리콜에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82억원으로 2017년 100억원보다 382% 급증했다. 당기순이익은 413억원에 달했다. 차량 판매가 줄었으나 3년 이상 장기 계약하는 금융상품 특성상 과거 계약 상품 수익이 고스란히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아우디·폭스바겐 금융 계열사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도 실적은 하락했지만 지난해 171억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였다.

독일 수입차 금융 3사들이 수년째 고수익을 기록 중인 것은 계열사 판매 신차 금융상품을 독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다수 수입차 업체는 신차 판매 때 계열사나 제휴사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조건을 내걸고 가격 할인이나 정비 서비스 등 추가 혜택을 제공한다. 차량 가격에서 할인해준 금액을 월등히 높은 이자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수입차 금융 3사 할부이자율은 최대 9%대. 국산차에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국내 한 대형 금융사 최대 할부이자율은 5%대에 불과하다. 3사 연체이자율은 법정 최고금리 수준인 19~24%에 달한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할인 혜택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회사는 추후 할인 금액만큼 고금리로 되찾아가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매경이코노미

초저금리 시대 수입차 파이낸셜 서비스와 증권사가 고금리 이자 장사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수입차는 신차 할인을 내걸며 높은 이자의 자사 할부금융을 쓰도록 하고 있다. 증권사의 높은 신용공여 이자율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매경DB>


▶증권사 신용공여로 수천억 수익

▷금융당국 고금리 이자장사 규제 나서

증권사 고금리 대출 역시 악명이 높다.

증권사는 그간 신용공여로 적지 않은 수익을 내왔다. 신용공여는 예탁된 주식, 채권, 수익증권, 현금, 매수·매도되는 주식을 담보로 투자자에게 현금융자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그간 증권사는 주식거래 무료 수수료 이벤트를 시행해 신규 고객을 확보한 뒤 이들에게 높은 신용공여 이자율로 실적을 메웠다. 심지어 일반 고객보다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 이자를 더 높게 받았다는 비판까지 받는다.

주식거래 수수료와 신용공여 이자율은 반대로 움직여왔다. 거래 수수료는 온라인 기준 0.015%로 거의 하향평준화됐다. 최근 대형 증권사가 잇따라 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에 나서며 ‘거래 수수료=공짜’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신용공여 이자율은 초저금리 시대를 무색하게 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23곳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평균은 대략 7%대(대출 기간 한 달 기준)다. 증권사는 한 달을 ▲7일 ▲15일 ▲30일 등 3개 단위로 나누고 이후 6개월까지 매달 다른 이자율을 적용한다.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증권사별 이자율은 연 4~11%로 그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가장 짧은 7일 내를 기준으로 보면, 이베스트투자증권이 가장 낮은 수준인 4%를 적용한다. 가장 높은 이자율을 적용하는 케이프투자증권은 8.5%로 두 배가 넘는 고금리를 받는다. 조달금리는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25%, 케이프투자증권은 2.2%로 되레 케이프투자증권이 낮다. 이자율 원가에 해당하는 조달금리가 비슷해도 증권사가 붙이는 마진, 즉 가산금리 차이가 커 증권사별 금리가 천차만별로 나타나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5년 전 시장금리는 4~5%였고 최근 1%대로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증권사 신용공여 금리는 여전히 높다”며 “조달금리가 별로 차이나지 않기 때문에 증권사가 붙이는 마진이 크게 다른 점을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주식 투자자는 짧은 기간에도 수익을 많이 낼 수 있기 때문에 단기 이자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증권사가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핵심 수익원으로 부상한 신용공여 이자율을 내리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30개 증권사 신용공여 이자수익은 8415억원이었다. 증권사별로 미래에셋대우가 1343억원으로 가장 많다. 개인 주식시장 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이 855억원으로 짭짤한 수익을 거뒀다. NH투자증권(844억원), 한국투자증권(837억원), 삼성증권(823억원), KB증권(768억원) 등이 적지 않은 수익을 냈다. 신용공여 이자수익이 본래의 위탁매매(브로커리지)에 버금가는 핵심 수익원으로 달라진 셈이다.

다만 앞으로도 증권사가 ‘폭리’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신용공여 이자율을 주시해온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칼날을 빼들었다. 증권사는 “공시 이후 금리체계를 조정하고 인하해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금융당국 입장은 강경하다. 이 때문에 향후 증권사 신용공여 이자수익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증권사 신용공여 이자율 산정과 공시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업계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자율 실태조사를 토대로 신용공여 이자율 산정 기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조달금리, 신용 프리미엄 등을 감안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이자율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수수료나 이자 요율 결정은 증권사 자율사항이다. 현재 모범규준 형식이지만 법규화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고 위반 시 제재 등 강제성이 포함된다는 취지로 보면 된다. 불분명한 이자 산정 체계와 과정 등 그 근거가 공개되면 고이자율을 고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5호 (2019.09.18~2019.09.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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