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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매코미] 금융상품 불완전판매가 뭔가요? 고령자(70세 이상) 가입 때 녹취 안 하면 1억 과태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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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요즘 전액 손실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독일·영국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파생결합펀드(DLF) 때문에 금융권이 시끄럽습니다. 금융감독원은 해외 금리연계 파생상품을 판매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대한 현장조사를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기도 한데요. 쟁점은 불완전판매 여부입니다. 불완전판매란 금융회사가 금융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중요사항을 누락했거나 허위·과장 등으로 금융소비자가 오인하도록 상품을 판매한 사례를 뜻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사실 ‘맞다, 아니다’를 따지기 쉽지 않답니다. 세부적으로는 다툴 여지가 워낙 많기 때문이죠. 이번 DLS 사건을 계기로 불완전판매 요건은 어떻게 성립될 수 있을지, 과연 손실을 본 가입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Q DLS 대란으로 불완전판매가 이슈인데, 불완전판매의 기준이 따로 있나요.

A불완전판매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것은 2008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KIKO란 상품을 각 은행이 기업을 상대로 판매했는데요. 결과적으로 큰 손실이 발생했어요. 이를 두고 은행 책임이냐, 가입한 기업 책임이냐를 두고 법리 다툼이 시작됐지요. 그 결과와 별개로 사회 여론이 악화되자 금융당국과 국회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금융투자업자의 설명 의무를 강화하는 식으로 불완전판매 근절 정책을 만들었답니다.

Q 어떤 내용이 담겼나요.

A 세부적으로 보면 총 4가지 준수 여부를 따져요.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불건전 영업행위 금지가 그것인데요. 적합성의 원칙을 예로 들면 ‘금융투자업자(금융사)는 투자자가 일반투자자인지 전문투자자인지를 확인해야 하고, 투자 목적·재산 상황·투자 경험 등에 관한 충분한 면담을 해야 하며, 면담 후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투자 권유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해요. 이를 확인하는 서명 등을 받아야 하는 것도 명시했지요.

Q 다양한 내용을 자세히 하나하나 확인하는 식으로 바뀐 것이네요.

A네. 금융투자상품의 내용, 투자에 따르는 위험, 해당 금융투자상품 구조와 성격, 수수료 등을 일반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하고 거짓 또는 왜곡, 누락 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법으로 명확히 규정했어요. 이를 어기면 바로 제재를 할 수 있게 했죠. 2018년부터는 70세 이상 고령자와 해당 금융투자상품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녹취록도 남기도록 했어요. 판매 또는 신탁계약 체결 과정을 남겨 사후 문제가 발생해 법리적으로 다툴 때 증거로 삼을 수 있게 한 것이죠.

Q 어? 이번 DLS 사건에서도 80대 이상 고령층이 상당수 가입했다고 논란이 되지 않았나요.

A이건 좀 쟁점 사안이 될 것 같아요. 금융사는 충분한 사전 면담을 통해 해당 투자자의 성향 등을 파악했고 금융투자상품에 대해 충분히 이해시켰다고 주장하지요. 그런데 안전성을 어느 연령층보다 선호하는 80대 고령층이 상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를 이해해 DLS에 가입했을지 의문이란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DLS는 다양한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기초자산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현재 문제가 된 DLS는 기초자산인 선진국 국채 또는 이자율 스와프 등 금리 변동에 따라 손익이 달라지는 구조인데요. 기초자산인 국채, 파생상품의 가격 변동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과 변동성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해석 능력이 요구되는 특성이 있어요. 과연 80대 이상의 고령층이 정말 이를 알아들었을까 의문부호가 찍히기는 하죠.

Q 금융상품 가입에서 불완전판매가 인정된 판례가 있었나요.

A금융상품 가입에서 불완전판매를 인정한 유명한 사례는 KIKO예요. 관련 사건을 두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금융기관이 일반 고객과 사이에 전문적인 지식과 분석 능력이 요구되는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할 경우에는 고객이 당해 장외파생상품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그 거래의 구조와 위험성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거래에 내재된 위험요소, 잠재적 손실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인자 등 거래상 주요 정보를 적합한 방법으로 명확하게 설명해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 (중략) 금융기관은 금융상품의 특성과 위험의 수준, 고객의 거래 목적, 투자 경험과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객이 그 거래상의 주요 정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해야 한다. 장외파생상품 거래의 위험성에 대해 고객이 한층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답니다.

Q 관련 처벌은 어땠나요.

A 자본시장법상 처벌 규정은 강하다고 할 수 없어요. 거짓된 내용을 알리거나 불확실한 사항에 대해 단정적 판단을 제공한 경우로 부당 권유에 해당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합니다(제445조).

또한 금융투자상품 가입 시 서명 등을 받지 않은 경우, 7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녹취 의무 위반 시(제449조 제29호) 1억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을 수 있어요. 다만 금융사 또는 그 직원이 판매 수수료 수익을 얻기 위해 금융소비자에게 거짓된 정보를 제공해 금융상품을 판매한 경우, 별도로 형법 또는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죄가 성립할 수도 있답니다.

Q 금융사들도 나름 불만이 있다고 해요. 한결 강화된 불완전판매 규제 때문에 상품 가입 시 고객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하고 비대면 가입을 추진하는 핀테크 업계에서는 산업 발전에 발목을 잡는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더라고요.

A글쎄요. ‘안전은 비용과 불편을 수반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금융은 민감하게 돈을 다루는 산업인 만큼 불완전판매 규제에 대해서는 강화했으면 했지 완화시키지는 않을 공산이 커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은 계속 강화되고 금융위에서도 관련 부서를 좀 더 확대해 따로 기관을 만들지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거든요. 또 금융소비자에게 해당 상품의 구조나 위험요소 등을 설명해줘야 하는 것은 금융투자업자의 당연한 의무랍니다.

A이정환 법무법인 마스트 대표 변호사는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 정보 격차, 전문성을 고려할 때 불완전판매 규제 강화는 오히려 필요하다고 보인다”며 “다만 세분화된 접근이 필요하며 상대적으로 금융소비자의 이해도가 높은 상품과, 구조·내용이 복잡해 일반적인 금융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 간에는 차별성을 둬야 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5호 (2019.09.18~2019.09.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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