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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Z세대 新공부법 ‘온라인 독서실’ 공스타그램·캠스터디…‘혼자&함께’ 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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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합계 50시간 미만 -5점, 60시간 이상 +1점, 70시간 이상 +2점, 예치금 1만원, 예치금은 2019 지방직 9급 시험일 이후 탈퇴하거나 후임자 충원해야 반환 가능…’.

공무원 시험 관련 네이버 카페에 스터디 모임 멤버를 구한다며 올라온 글이다. 스터디 모임이지만 실제 모이지는 않는다. 대신 스마트폰으로 ‘캠스터디’ 앱에 접속 후 화면을 통해 서로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지 ‘감시’를 주고받는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일상화된 ‘온라인 독서실’의 운영 방식이다.

매경이코노미

온라인 독서실은 ‘느슨한 관계’를 선호하는 Z세대 문화의 일면을 보여준다. 사진은 온라인 독서실 앱 ‘구루미’에 여러 이용자가 접속해 공부 중인 영상을 공유하고 있는 모습. <구루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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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독서실이 뭐길래

▷공스타그램 270만·캠스터디 52만

온라인 독서실은 오프라인 스터디 모임이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으로 옮겨간 형태를 말한다. 과거에는 오프라인 독서실이나 카페에서 모여 같이 공부하며 서로를 독려했다. 공부 시간을 엄수하지 않으면 벌금을 걷는 등 강제적인 룰을 만들어 게을러지는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온라인 독서실도 비슷하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지만 않을 뿐, 실시간 생중계되는 화상 채팅방에 접속해 같이 공부한다. 혼자인 듯 혼자 아닌 스터디 모임인 셈이다.

‘공스타그램(공부+인스타그램)’ ‘공부 브이로그’가 대표적이다.

인스타그램에서 ‘공스타그램’ 태그를 검색하면 무려 270만개 게시물이 뜬다. 그날 공부한 내용에 대한 ‘인증샷’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맞팔(맞폴로)’한 친구와 서로 확인하는 식이다. ‘공스타소통’(게시물 8만8700개), ‘공스타맞팔환영’(7만5500개), ‘공스타그램시작’(5만4700개) 등의 태그도 수만 개에 달할 만큼 이용자가 많다.

공부 브이로그는 공부하는 모습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유튜브에서 방송하는 것. 유튜버는 불특정 다수에게 공부하는 모습이 비쳐지니 한눈팔지 않고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 또 시청자는 자신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유튜버의 공부 장면만 보며 다소 편안한 마음으로 캠스터디를 할 수 있다. 인기 방송의 경우 수백 명이 동시 접속해 실시간 채팅으로 서로 ‘열공(열심히 공부)’을 칭찬하거나 독려하기도 한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노잼봇’은 잘생긴 외모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동영상으로 서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캠스터디’가 주목받는다. 실시간이 아니고 시차가 있는 공스타그램, 실시간 방송이지만 일방향인 공부 브이로그의 약점을 보완한 것이 장점이다.

캠스터디는 운영 규칙에 따라 교시제와 자율제로 나뉜다. 교시제는 ‘1교시 60분 공부, 10분 휴식’ 식으로 공부 시간과 휴게 시간을 정해놓고 공부한다. 정해진 공부 시간에 자리를 비울 때는 합당한 사유를 메모로 남겨야 한다. 이때도 언제까지 돌아오겠다는 시간을 예고하고 지켜야 한다. 이를 어기거나, 접속 불량이 잦거나, 카메라 각도가 잘못돼 공부하는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경우에는 방장의 권한으로 ‘강퇴’당할 수 있다. 반면 자율제는 말 그대로 출석만 확인하고 정해진 공부 시간 안에서 자유롭게 공부하면 된다. 공무원, 회계사, 자격증 시험 등 뚜렷한 목적이 있고 합격이 절실한 이들일수록 교시제를, 어학 공부 등 다소 여유가 있는 이들은 자율제를 선호한다.

온라인 독서실에서는 공부 열의를 북돋우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가 운영된다. 상·벌금제가 대표적이다. 지각·결석·자리 비움 등 공부 시간을 지키지 않았을 때 벌금을 걷고, 잘 지키면 상금을 준다. 이를 위해 미리 예치금을 거둬놓고 마지막까지 완주한 사람들에게만 돌려주기도 한다. 무단 결석 시에는 주말에 추가 공부로 만회할 수 있다.

카메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한다지만 굳이 얼굴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 책상 위에 손이 올라가 있기만 하면 된다. 단, 손이 안 보일 때는 스톱워치로 공부 시간을 정지시켜야 한다. 경조사나 시험, 병원 이용 등 결석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수험증, 처방전 등으로 ‘인증’을 해야 벌점을 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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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공스타그램’ 검색 결과. <사진 : 노승욱 기자>


▶‘이불 밖은 위험’ Z세대 문화의 일면

▷‘느슨한 인간관계’ ‘집공’ 모두 충족

온라인 독서실은 ‘느슨한 관계’를 선호하는 Z세대 문화의 일면이다. 고립되기는 싫지만 너무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적당한 선택지다. 스터디방에 입실하자마자 공부 시간이 자동 집계되고, 조작이 불가능한 실시간 영상을 통해 출석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 다툼의 여지가 적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온라인 독서실을 이용하는 한 대학생은 “오프라인에서 생활 스터디 모임을 하면 생면부지 사람과 하루 종일 같이 있어야 하는데, 궁합이 안 맞거나 ‘독서실 빌런(독서실에서 공부에 방해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만나는 리스크가 있다. 또 프리미엄 독서실이나 스터디 카페를 다니면 한 달에 수십만원의 비용이 들어 부담스럽다. 온라인 독서실은 돈 들이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면서도 독서실에서 생활 스터디를 하는 것과 같은 긴장 효과를 줘서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캠스터디를 운영하는 구루미의 이랑혁 대표는 “초기에는 취업준비생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대학생이나 수능 공부를 하는 10대들의 이용률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캠스터디라는 문화를 해외에도 전파해 세상에서 가장 큰 스터디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인터뷰 | 이랑혁 구루미 대표

日 8시간 캠스터디 접속…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매경이코노미

Q 캠스터디를 만들게 된 계기는.

A처음에 선보인 서비스는 웹 기반 실시간 화상교육·화상회의였다. 부가적인 서비스로 사용자들이 웹캠을 함께 쓸 수 있도록 했는데, 사용자들이 웹캠 서비스를 ‘함께하는 온라인 독서실’이라는 용도로 쓰기 시작했다. 공부하는 자신의 영상을 서로서로 컴퓨터 화면에 띄워놓고 공부하는 사용자들이 생겨난 것이다. 출석 확인 등 필요한 기능들을 제공하자 사용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어느덧 회원으로 등록한 사용자가 52만명에 달한다. 1년간 사용 형태를 살펴본 결과 온라인 독서실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겨 지난해 1월부터 캠스터디를 시작했다.

Q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A 아직은 구루미 서비스 자체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많지 않다. 일단은 스티커나 배지 등 재미 요소를 판매하며 수익화에 나서고 있다. 향후 실시간 강의나 학습 VOD 등을 제공해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해 비티씨인베스트먼트와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로부터 총 6억원을 투자받았다.

Q 향후 경영 계획은.

A 올 하반기에는 국내 시장 정착에 집중할 예정이다. 앞으로 에듀테크가 발달하면 물리적 교실 개념은 사라질 것으로 본다. 구루미는 현재 방과 후 학습을 학교가 아닌, 집에서 온라인으로 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다음에는 정규 학습도 온라인으로 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온라인 강의는 있지만 강사가 일방적으로 얘기할 뿐, 실시간 쌍방향 소통은 안 된다. 초저지연 5G 기술이 상용화되면 이게 가능해질 것이다. 화이트보드, 문서 공유 기능 등을 추가해 함께 퀴즈를 풀 수 있는 기능도 덧붙이려 한다. 외국어 버전도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도 도전하려 한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이 2시간 정도라면, 캠스터디는 평균 8시간이나 이용한다. 공부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앱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5호 (2019.09.18~2019.09.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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