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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조직에서의 '제노비스신드롬'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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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신경수 지속성장연구소 대표] [신경수의 조직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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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용어 중에 ‘제노비스 신드롬(Genovese Syndrome)’이라는 용어가 있다. 관여된 사람이 너무 많을 경우 책임감에 대한 분산현상이 발생하여 방관하게 된다는 말을 일컫는 말이다. 용어 탄생의 배경은 이렇다. 1964년 미국 뉴욕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정체불명의 한 남성에게 무자비하게 살해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십 명이 살인사건을 지켜보았지만 아무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훗날 왜 신고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목격자들은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가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일명 ‘방관자효과’라고도 불리는 ‘제노비스신드롬’을 조직의 상황으로 대입해 보면 어떤 현상과 연결이 될까? 겸무(兼務)라는 이름으로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많은 보직을 맡기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조직이 주는 '겸무'때문에 '책임감분산' 현상이 발생하여 큰 곤란을 겪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특정인이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라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맡기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는 어쩔 수가 없는 상황 때문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인건비의 절감이나 채용의 어려움 때문에 '기획실장 겸 관리본부장' 또는 '연구소장 겸 생산본부장'과 같이 한 사람에게 복수의 포지션을 맡기는 현상이 종종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겸무'라는 이름의 타이틀은 조직성과에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도움이 되는 케이스도 있겠지만 대개는 실패로 귀결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듯 하다. 첫째, 여러 가지 직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어느 하나를 실패해도 용서가 된다는 암묵적 합의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둘째, 동시에 여러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없는 인간의 능력적 한계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나는 주변에 있는 후배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을 하나 돌려보았다. "현재 맡고 있는 직책 외에 또 하나의 보직을 부여 받았을 때, '더욱 더 책임감이 앞선다 VS 실패해도 변명거리가 있다' 중에서 우선 어떤 기분이 들까?"라는 제목으로 질문을 던져 보았다. 주변의 가까운 후배 35명을 대상으로 물어보았다. "선배님, 이런 난처한 질문을 던지시면 어떡합니까?"라는 볼멘소리와 함께, 결과가 취합되면 꼭 알려달라는 요청을 덧붙여 답신을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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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에서도 나와있듯이 한 사람에게 여러 가지 일을 맡긴다는것은 긍정적 결과보다는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 사람이 정직하다거나 불성실하다는 것과는다른 이야기다. 이것은 단지 서두에서도 인용했듯이 '책임감분산효과’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의 결과일 뿐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런 결과를 근거로, 한사람에게 2개 이상의 복수 포지션을 맡기는 조직구조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고려해 볼 것을 권유한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다. 나 또한 회사를 경영하면서'겸무'라는 이름으로 특정인에게 복수의 포지션을 맡기는 경우도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기대만큼의효과가 나왔던 적은 거의 없었던 같다. 능력적인 한계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방관자효과’ 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신경수 지속성장연구소 대표

신경수 지속성장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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