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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TF이슈] '배 째라' 롯데주류, 노동위 결정 '묵살'…"이행강제금 내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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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주류가 명확한 근거도 없이 한 직원에 원거리 전직 명령을 내리고, 이 직원의 직책을 강등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직원은 노동위에 구제 신청을 했고, 결국 노동위도 직원의 손을 들어줬지만 롯데주류는 노동위의 이행명령을 따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주류는 '2018 노사문화대상 시상식'에서 국무총리상(사진)을 받았다.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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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근거 없이 직원 원거리 전직 및 직책 강등…"원직복귀 시켜라" 노동위 결정 무시

[더팩트 | 신지훈 기자]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이하 롯데주류)이 회사 직원을 상대로 명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묻지마식' 원거리 전직 명령을 내려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기업 식품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2018 노사문화대상 시상식'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으며 "45년 노사 무분규 사업장으로써 노사가 협력해 좋은 일터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자평했던 롯데주류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복직 명령에도 '나몰라라식'의 태도를 유지하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회사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길 원했을 뿐...돌아온 건 직책강등과 원거리 전직"

11일 <더팩트> 취재 결과 지난 1994년 롯데주류(당시 ㈜두산경월)에 입사한 A 씨는 2016년 12월부터 대전 프리미엄 맥주 2팀장으로 근무하던 중 2019년 1월 강원지사 영동지점 도매파트장으로 발령 받았다. 근무처 이동과 함께 그의 직책은 팀장에서 파트장으로 강등됐다. 2월에는 강릉지사 영동지점 FM파트장으로 또 한번 부서가 변경됐다.

A씨는 이에 대해 지난 2월 "회사의 전직명령은 업무상 필요성이 없는 데다, 원격지 발령에 대한 생활상 불이익의 완화조치로써 승진 등이 있기는커녕 오히려 직책을 강등해 인사 발령을 한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해 이를 구제받고자 신청서를 제출한다"며 구제 신청서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제출했다. A씨는 회사의 전직명령과 더불어 직책이 강등한 것은 부당하다고 말한다. 충분히 그렇게 느껴질 이유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더팩트> 확인 결과, A씨는 롯데주류에 근무하며 최근 5년(2014~2018년)간 인사고과 평가(S-A-B-C-D)에서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S등급과 A등급의 높은 고과를 받았다. 반면 2016년 이후 내리 3년간은 C등급의 낮은 고과 평가를 받았다. A씨는 2016년 7월에 롯데주류 영업전략팀에서 개최한 아이디어 육성프로그램에 참가해 입상한 바 있으며, KPI(핵심성과지표)도 2016년 1회, 2017년 4회, 2018년 7회 달성하는 등 낮은 고과 평가를 받을 만한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사측은 A씨에게 낮은 인사고과 평가를 내렸으며, 2016년 7월과 2019년 1월에 A씨의 직책을 두 차례나 하위 직책으로 변경했다.

A씨는 최근 3년간 인사고과 평가에서 하위등급을 받은 것을 두고 "공익제보에 따른 보복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6년 7월경 서울 한 지점의 리베이트 영업 관행에 대해 공익제보를 한 바 있다"며 "공익제보를 한 사실이 알려지며 2016년 인사고과 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2017년에는 사내 직원들 간 괴롭힘으로 가해자들에 공식적으로 경고한 바 있는데, 경고를 했다는 이유로 앙심을 품은 가해자들이 나에 대해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악의적인 투서를 회사에 제출했다. 2017년과 2018년 인사고과 평가에서도 C등급을 받은 이유가 그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강원도 전직 이후 자신에게 내려진 전직명령 및 직책강등이 부당하다는 것을 느끼고 롯데주류 강원지사장 및 영업지원팀장에게 고충처리 면담을 신청했고, 전직명령에 대한 근거를 문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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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주류를 품고 있는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노사문화대상'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바 있다. 매년 상생의 노사문화를 모범적으로 실천한 기업이라는 것이 수상의 이유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관묵 롯데칠성음료 노조위원장, 안경덕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롯데칠성음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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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가 확보한 A씨의 부당전직 건에 대한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서에 따르면 "25년 회사생활 동안 두 번에 걸친 원격지 발령과 직책 강등 발령을 당했다"는 A씨 주장에 대해 롯데주류 관계자는 "본인 고과 아시죠? 조직관리 미흡 및 직원들에 부당지시, 인사평가 부족, 활동력 부족, 그리고 2018년 근무지 이탈 29번"이 전직 및 직책 강등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근거는 무엇이냐는 A씨의 질문에는 "그러면 본인이 근무한 걸 팩트를 내놔 봐. 인사권은 윗사람이 판단해서, A 파트장이 팀장으로서 직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거기로 보낸거야. 거기에 대해서 뭘 설명을 해"라고 말하며 정확한 근거 및 설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C등급을 받았던 2018년도에는 KPI달성에 따른 직원들의 인센티브 수혜율이 80~90%에 달할 정도로 높은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직원들 간 괴롭힘에 대한 문제도 발생했을 당시 회사 윤리경영팀에 자문을 받아 면담서 양식을 받아 공식적으로 처리한 것이며, 회사도 이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의 일방적인 투서를 가지고 인사고과에서 C등급을 줬다"라며 "영업부서에서 활동력이 부족했다면 어찌 인센티브를 받을 만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겠는가. 심지어 원거리 전직 이후에도 영동지점 내 담당 파트는 실적이 좋은 전국의 한 개 지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곳은 내 첫 직장이며, 평생 직장으로 생각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이제 롯데주류에 아쉬운 것은 없다. 단, 지난 20년 이상의 직장생활이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끝나는 건 인정할 수 없다. 정말 회사를 위해 살아왔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라며 "리베이트 관행과 관련해 공익제보를 한 것도, 직원들 간 괴롭힘에 대해 경고를 한 것도 모두 회사 잘되자고 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롯데주류 "전체 직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인사고과 기준에 따랐을 뿐"

<더팩트>가 확보한 A씨 사건의 충남지노회가 내린 판정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가 2019년 1월 A씨에게 행한 전직명령은 부당전직임을 인정하고, 롯데칠성음료는 A씨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전직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즉, 노동위도 A씨의 주장에 손을 들어 준 것이다. 하지만 롯데칠성음료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중앙노동위원회에 "초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A씨에게 행한 전직발령은 정당한 처분"이라며 재심을 신청했다.

롯데주류 측은 "최근 3년 연속 인사고과에서 하위 등급인 C등급을 받아 개인의 역량을 발전시켜야 할 업무상 필요성이 충분히 있었고, 더욱이 전직발령의 주요 원인은 경조사비 착복, 근태불량이었는데 직원들을 관리해야 하는 팀장으로서 더 이상 업무를 계속 수행할 수 없었다. 또 원격전직으로 인한 생활상의 불이익은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라고 할 수 있으며, 또한 전직에 대한 사전 협의 절차는 없었으나 전직 후 부임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지 면담을 했으며, 전직을 취소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자신이 C등급을 받은 이유라고 주장하는 리베이트 영업 제보 및 직원들의 투서에 대해서는 "A씨의 추측이나 생각과는 달리 전체 직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인사고과 기준에 따라 A씨를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고과 평가가 낮아 지점장 직책을 계속 수행시키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 직책을 파트장으로 강등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파트장 직책이 공석인 강원도로 발령을 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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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가 확보한 A씨 사건의 중노위 재심판정서에 따르면 롯데주류 측은 "A씨가 주장하는 것과 달리 전체 직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인사고과 기준에 따라 A씨를 평가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노위 측은 A씨는 평균 이상의 업무성과를 달성했으며, 사측이 A씨에 내린 평가 기준에 대한 명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판정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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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위 "재량권을 남용한 부당전직"...그럼에도 롯데칠성음료는 "나몰라라"

중노위도 지난 7월23일 재심판정에서 A씨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롯데주류에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중노위의 재심판정서에 따르면 "이 사건의 주요쟁점은 이 사건 전직의 정당성 여부에 있다. 이 사건 전직명령은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생활상의 불이익이 일부 존재하며,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 절차도 준수하지 않는 등 재량권을 남용한 부당전직"이라며 "이 사건에 대해 중노위와 결론을 같이한 초심지노위의 판정은 정당하므로, 이 사건 사용자의 재심신청을 기각하기로 한다"고 판정을 내렸다.

롯데주류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지노위 판정 당시 롯데칠성음료 측은 A씨가 인사고과 평가에서 하위등급을 받은 이유가 역량평가의 결과라고만 주장할 뿐 그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A씨는 평균 이상의 업무성과를 달성했다. 이후 중노위 재심 심문회 과정에서는 A씨 전직의 주요 원인이 인사고과 하위등급 때문이 아니라 경조사비 착복, 근태불량이라고 주장을 바꿨다. 그런데 이 주장도 구체적으로 확인조차 되지 않은 상태로 이 사건 전직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사측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노위의 최종 판정에 따라 롯데주류는 이에 대한 이의가 있을 경우 판정서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대전지방법원 또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30일 이내에 중노위의 판정서 주문 내용에 따라 구제명령을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더팩트> 확인 결과, 16일 낮 12시 현재까지 롯데칠성음료는 아무런 이행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여전히 강원도에 근무하고 있으며, 복직을 위한 어떠한 연락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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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주류는 노동위원회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A씨를 원직에 복직시키지 않고 있다. A씨는 "행여나 사측이 '이행강제금을 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내가 지쳐 나갈 때까지 버티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롯데주류 측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짧은 답변을 내놨다. 사진은 롯데주류 본사가 위치한 잠실 롯데캐슬골드의 모습.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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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주류는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법으로 정한 30일 이내 구제명령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00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31조 제3항 구제명령이 확정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황의 경우 확정된 구제명령, 구제명령을 내용으로 하는 재심판정을 이해하지 않은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 원 이하 벌금의 처벌이 내려지게 된다. 롯데칠성음료의 이행기간은 9월 17일까지다.

한편 롯데주류 측은 아직 이행기간이 남아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는 입장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법적 소송은 가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A씨에 대한 원직 복귀는 결정되지 않았으며,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 아직 이행기간이 남아있는 것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gamj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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