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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석유시설 피격’ 예멘 반군 무인기 10대 이용…“생화학 무기였다면 큰 인명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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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값싼 무인기로 국가 핵심시설 파괴 입증

무인기 탐지·추적 및 타격 대책 점검

3차원 방공레이더, 광섬유 레이저무기 개발 중

“북한 소형 정찰무인기에는 폭탄 탑재 힘들어”


한겨레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석유단지와 유전이 예멘 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지면서 우리 군도 무인기를 이용한 테러 가능성에 경각심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테러조직이 작고 값싼 무인기로 국가 핵심시설 기능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게 이번에 여실히 확인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모방 테러나 범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탈황·정제시설인 아브카이크 단지와 인근 쿠라이스 유전을 공격한 무인기는 예멘 반군이 자체 제작한 ‘삼마드’ 계열로 알려졌다. 전·후방 날개 길이가 1m 안팎인 삼마드는 대당 1~2천만원이면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한 무인기로 통한다. 예멘 반군은 지난해 7월과 9월 이 무인기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을 공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예멘 반군은 이번 공격에 무인기 10대를 동원했다. 무인기 1대에 3~4㎏의 폭탄이 실렸다고 가정하면 30~40㎏의 폭탄을 투하한 셈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우리 군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1.25파운드급 C-4 폭약 48개의 위력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며 “같은 무게의 방사성 물질이나 생화학 물질을 탑재했다면 인명 피해도 엄청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각종 정찰 및 공격 무인기를 운용하고 있으나, 이런 정도의 공격력을 탑재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군은 지난 2014년 파주와 백령도, 삼척에서 추락한 북한 정찰 무인기 3대를 복원해 여러 기능을 확인했으나, 이들 무인기는 3∼4㎏의 폭탄을 달 수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군 관계자는 “엔진과 카메라 모두 198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런 무인기로는 400∼900g짜리 수류탄 1개 정도를 탑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사태를 계기로 무인기 탐지 및 추적, 공격 대책을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수도방위사령부는 지난 4월 이스라엘에서 수입한 무인기 방어용 탐지레이더 9대를 최근 전력화했다. 청와대와 국회, 공항 등 수도권의 핵심시설을 방어하기 이 탐지레이더는 무인기를 포착해 주파수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무인기의 거리와 방향에 더해 고도까지 탐지하는 3차원 방공레이더도 개발 중이다. 육군의 저고도 탐지레이더는 소형 비행체 탐지능력이 떨어지고, 공군의 저고도 감시레이더는 산세가 험준한데다 감시해야 할 범위가 넓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날개 길이가 3m가 넘고, 고도 2∼3㎞ 상공을 비행하는 무인기는 현재 군의 레이더로는 포착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소형 무인기를 정밀타격하는 레이저 대공무기는 현재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선행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선진국은 1∼2㎞의 저고도로 침투하는 무인기를 요격하기 위해 광섬유 레이저를 이용하고 있다. 미국의 아담과 아테나는 각각 10㎾와 30㎾, 이스라엘의 아이언빔은 20㎾, 독일의 HEL이펙터는 20∼30㎾ 출력의 광섬유 레이저를 사용한다. 군은 소형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는 신형 대공포도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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