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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미국 과학자들, 암세포 전이 '에너지 비용' 계량화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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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더빌트대 연구진 "힘이 덜 드는 경로 우선 선택"

연합뉴스

콜라겐 경로로 이동하는 암세포. 고(자주색)·저(노란색) 에너지부위가 다르다.
[라인하트-킹 랩 제공]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암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갖는 주제를 꼽는다면 단연 '암 전이' 부분일 것이다. 암 사망의 압도적 다수가 전이성 암에서 비롯된다.

암의 전이란, 원발성 암 종양에서 떨어져 나온 한 무리의 암세포가 다른 기관으로 퍼져 새로운 종양을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암세포가 전이할 때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다시 말해 이동하기에 힘이 덜 드는 경로를 선택한다는 걸 미국의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이 발견은 향후 암세포의 전이 경로를 예측하고 차단하는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밴더빌트대 공과대학의 신시아 라인하트-킹 생명공학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 13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전이하는 암세포의 '에너지 비용(energetic costs)'을 처음 계량화한 것이며, 이를 통해 암세포의 전이 경로를 예측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보고서 개요에 따르면 전이 과정에서 암세포는 빠르게 움직이지만, 이동 경로를 선택할 땐 '힘든 걸 피하는(lazy)'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결과, 암세포가 전이 과정에서 움직이는 경로는 에너지 소모량에 따라 달라졌다.

협소하고 사방이 막힌 공간보다 넓고 이동하기 쉬운 공간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는 암세포의 전이에서 에너지 소모와 물질대사가 중요한 변수라는 걸 시사한다.

라인하트-킹 교수는 "(다른 기관으로) 이동하려는 성질을 가진 암세포라 해도 경로는 가장 쉬운 걸 찾는다"라면서 "암세포가 선호하는, 에너지 소모 면에서 이동 저항이 가장 작은 경로를 추적하고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암 이외의 다른 여러 질병에도 시사점이 있을 거라고 말한다.

보고서의 수석 저자인 '라인하트-킹 랩'의 매슈 자노텔리 연구원은 "염증이나 상처 치유 같은 사례에서도 이런 유형의 세포 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얻은, 에너지와 세포 이동에 대한 이해가 미래의 폭넓은 연구에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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