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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나 기자의 Activity] 서프×요가 배워보니-강바람 맞으며 균형감각 UP…저절로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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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시원하다. 땡볕이 내리쬐고 강바람이 불지 않아도 그렇다. 윈드서핑, 수상스키, 제트스키처럼 짜릿한 속도감의 수상레저를 즐기는 이들 모습만 봐도 가슴이 뻥 뚫린다. 하지만 반대로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수상레저도 있다. 패들보드 위에서 요가 동작을 취하는 ‘서프요가’가 대표적이다. 단단한 바닥 위에 놓인 요가 매트 대신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보드에서 진행되는 요가다. 요가는 물론 수상레저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는 중이다. 서프도, 요가도 해본 적 없지만 무작정 한번 ‘서프요가’에 도전해봤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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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뚝섬한강공원 서프오션에서 진행하는 ‘서프요가’ 수업은 한강 위에서 이뤄진다. 패들보드를 타고 요가 장소까지 가는 것도 수업의 일부다. <사진 :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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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서프’와 친해져야

▷보드 위에 일어선 채 노 젓는 스포츠

서울 뚝섬한강공원으로 들어가 한강을 따라 10분 정도 걷다 보면 ‘서울시 윈드서핑장’이 나온다. 여러 수상레저 업체는 물론 각종 동호회들이 저마다 공간을 구입,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도록 여러 장비를 모아놓은 곳이다. 서프요가 수업을 진행하는 ‘서프오션’ 역시 윈드서핑장에 위치해 있다. 서프오션에서는 패들보드, 서프요가를 비롯한 다양한 수상레저 강습을 진행한다.

서프요가 수업은 총 2시간. 지상 패들보드 강습 15분, 수상 패들보드 수업 30분, 서프요가 60분, 자유시간 15분이다. 요가를 하러왔는데 정작 패들보드 체험이 절반이다. 어찌 된 일일까. 사실 패들보드를 탈 줄 모르면 요가 수업에 참가조차 못 할 수 있다.

패들보드를 타고 한강으로 꽤 나아간 지점에서 요가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서프요가 수업을 진행하는 최유연 강사는 “서프요가에서 패들보드와 물결은 요가 동작을 수행할 바닥과 다름없다. 당연히 친숙해져야 한다. 물론 패들보드는 초보자도 쉽게 탈 수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지상 강습에서는 먼저 ‘서프(SUP)’에 대한 설명부터 진행된다. 파도를 타는 ‘서핑(surfing)’에서 유래한 것일 줄 알았지만 착각. 서프는 ‘스탠드업 패들(Stand Up Paddle)’의 약자다. 해석하면 ‘일어서서 즐기는 패들보드’. 여기서 패들은 노를 뜻한다. 결론. 서프는 ‘보드 위에 일어선 채로 노를 저어 나아가는 수상레저’가 되겠다.

개념 설명에 이어 노 젓는 방법에 대한 교육도 이어진다. 마치 긴 국자로 강물을 뒤로 퍼내는 듯한 모습이다. 노 끝에 달린 블레이드의 ‘옴폭’ 들어간 부분이 뒤를 향하도록 수면에 꽂아 넣어야 한다. “최대한 수면과 수직으로 노를 넣고 블레이드는 물속에 충분히 담가야 속도에 힘을 받는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안전 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패들보드 뒷부분에는 ‘리시(leash)’라는 기다란 줄 하나가 달려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개 목줄’이라고 나오는데 생김새도 동일하다. 차이점은 걸이를 ‘개 목’이 아니라 ‘발목’에 채우는 것뿐이다. 보드와 나를 연결해주는 줄이다. 리시만 잘 차면 구명조끼를 입을 필요도 없다. 물에 빠지더라도 줄만 잡고 있으면 보드에 몸을 기대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겁 많은 기자는 구명조끼까지 완벽 착용했지만.

▶유유자적 스포츠? 강풍에 당황

▷호우 앞둔 한강 바람의 습격

역시 실전보다 좋은 선생님은 없다. 겁은 좀 나지만 들뜬 마음으로 몸집보다 더 큰 패들보드를 옆구리에 끼고 한강으로 나아갔다. 먼저 보드를 강물 위에 띄워놓은 후 무릎을 꿇은 상태로 보드 위에 안착했다. 살짝 기우뚱하기는 했지만 금세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드디어 출발.

이럴 수가. 노를 몇 번 젓지도 않았는데 속도가 붙는다. 보드가 한강 위를 쭉쭉 뻗어나가더니 어느새 출발점과의 거리가 한참이다. 혹시 나 서프 천재? 신이 나서 노를 젓는데 뒤에서 “그만 가세요!”라는 다급한 외침이 들린다. 어라, 노 젓기를 멈췄는데도 보드가 계속 나아간다. 사실 패들보드를 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떠내려가고 있던 중’이었다. 바람과 조류 방향이 같은 탓에 이상하리만치 속도가 빨랐던 것. 황급히 방향을 틀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려 애를 썼다. 오기까지는 몇 초 안 걸렸는데 돌아가기까지는 십 분도 넘게 걸렸다. 벌써부터 기진맥진. 서프는 원래 이렇게 전투적인 스포츠인 것일까. 서프오션의 김연규 강사는 “오늘이 특이한 날이다. 바람도 없고 물살도 강하지 않은 날에는 그야말로 유유자적을 느낄 수 있는 스포츠”라고 덧붙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옆에서 패들보드를 타는 한 중년 남성은 그야말로 ‘연어’를 떠올리게 했다. 엄청난 속도로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그의 모습에 맥이 풀린 것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균형을 잃고 입수, 기어이 한강 물맛을 보고야 말았다. 김연규 강사는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하체 힘과 신체 밸런스가 중요하다. 노를 젓는 동작에도 상당한 운동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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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SUP)’는 ‘스탠드업 패들’의 약자다. 보드 위에 선 채로 노를 저어 나아가면 된다. 물론 균형 잡기가 쉽지만은 않다. <사진 :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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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요가’ 차례

▷물 위에서 균형을…운동효과 ‘두 배’

“자, 이제 모여주세요.”

최유연 강사가 가부좌를 틀고 물 위에 앉아(?) 학생을 불러모았다. 바닥이 막힌 둥그런 튜브 덕에 그는 물 위에서도 편안히 앉아 있을 수 있다. 튜브에는 안쪽으로 파여 있는 홈이 여덟 개가 있는데, 패들보드 주차장 역할을 한단다. 학생들이 타고 있는 패들보드 앞부분을 홈에 맞게 끼워 넣고 보드를 튜브와 결착한다. 여덟 개의 패들보드가 마치 꽃잎처럼 최 강사가 앉아 있는 튜브를 감싸는 형태다. 서프 초보인 기자도 겨우 주차에 성공. 요가를 위해 리시와 구명조끼도 벗었다. 패들보드와 튜브가 단단히 엮여 있어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

요가 수업이 시작된다. “요가는 호흡과 명상의 운동”이라는 최 강사의 차분한 목소리를 따라 그가 시키는 대로 동작을 취하면 된다. 손바닥을 하늘로 향한 채 무릎 위에 힘을 빼고 올려둔다. 눈을 감고 호흡을 느낀다. 강바람이 얼굴을 살랑이고 물방울이 참방거린다. 옆에서 패들보드를 즐기는 아이들 웃음소리, 멀리서 제트보트가 내는 엔진소리도 들려온다. 최 강사는 “우리는 모두 어머니 배 속 양수 안에 있었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의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떠올려보자”고 말했다.

수업은 최 강사가 선보이는 여러 요가 동작을 설명에 맞춰 따라 하면 된다. 흔들리는 보드 위에서는 단순히 허리를 쭉 펴고 앉아 있는 자세도 쉽지가 않다. 균형을 잡다 보면 자연스레 척추와 배, 엉덩이 쪽에 긴장감이 느껴진다. 간단한 자세도 쉽지 않건만 ‘기술’이 들어가니 죽을 맛이다. 상반신을 세운 채 목과 한쪽 팔을 뒤로 젖히는 동작, 또 왼쪽 손과 오른쪽 무릎만 보드 위에 짚고 나머지는 공중 위로 띄우는 자세를 할 때는 여기저기서 비명이 나온다.

드디어 수업 마무리. 강바람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이마 위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마지막은 ‘송장 자세’다. 말 그대로 몸을 시체처럼 보드 위에 누인 후 모든 긴장을 푸는 동작이다. 별다른 명상 음악이 없는데도 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함께 서프요가 수업을 들은 대학생 한혜린 씨는 “평소 요가를 해왔지만 서프요가는 오늘이 처음”이라며 “답답한 실내에서 진행하는 요가와는 달리 시원한 바람도 맞고 물소리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균형을 잡기 위해 자세 하나하나에 더 신경 쓰다 보니 보다 집중하게 됐다”고 감상을 전했다.

서프요가 총평.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하는 운동으로 삼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수영복을 챙겨 한강까지 와서 보드를 타고 나가야 하니. 하지만 일상에 지친 와중에 마음먹고 한번씩 들르면 충분히 힐링할 수 있는 레저임에는 틀림없다. 초보자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데다, 2시간 수업에 5만원으로 여타 액티비티에 비해 비용 면에서도 착하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5호 (2019.09.18~2019.09.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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