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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무비클릭] 타짜 : 원 아이드 잭 | 인생역전 꿈꾸는 공시생…이번엔 ‘포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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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범죄, 드라마/ 권오광 감독/ 139분/ 청소년 관람불가/ 9월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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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명 예능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는 ‘타짜고시’라는 콘텐츠가 있다. 최동훈 감독이 연출한 ‘타짜’의 명대사를 완벽하게 맞히는 게임인데, 놀랍게도 참가자들은 거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영화 대사를 외워서 대답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영상을 보는 이들도 대사를 듣는 즉시 영화 속 장면이 바로 환기된다는 점이다.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든가 “경상도의 아귀, 전라도의 짝귀” 등 대사들 말이다. ‘타짜’에 그만큼 관객의 뇌리에 각인될 만한 대사, 캐릭터와 장면이 많았다는 얘기다. 이미 13년이나 된 작품이지만 김윤석의 아귀, 주진모의 짝귀, 백윤식의 평경장, 조승우의 고니는 여전히 선명하다.

이렇듯 또렷한 1편의 기억은 후속작에 유리하지만은 않다. 강형철 감독이 연출을 맡았던 ‘타짜 : 신의 손’은 이미 그 쓴맛을 봤다. 신세경과 그룹 빅뱅의 탑까지 내세웠지만 400만명가량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1편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올가을, 추석 성수기 영화의 한 축인 ‘타짜 : 원 아이드 잭’은 다른 한국 영화와도 경쟁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최고 경쟁작은 바로 ‘타짜’ 첫 번째 편이 아닐까 싶다.

영화의 구성, 캐릭터의 전개 방식 등 여러 면에서 전작을 떠올리게 한다.

가장 큰 변화는 종목이다. 전편이 화투였다면 이번에는 ‘포커’다. 스티플, 줄, 카투, 집 등의 카드 은어들이 새로운 전문용어로 등장하고 더욱 화려한 손놀림을 선보인다. 화투판에서 인생역전을 꿈꾼 고니 대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 도일출(박정민 분)이 주인공으로 나선다. 공시생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다시피, 도출은 큰 한판을 노리는 노름꾼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노름판에 낀 ‘생계형 노름꾼’에 더 가깝다. 금수저와 흙수저가 나뉜 세상에서 부모 백도, 물려받은 재산도 없는 마당에 “노름판이 더 공정하다”고 말하는 도출의 첫 대사는 그런 점에서 달라진 시대를 반영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종목이 바뀌었다 하지만 영화의 호흡과 문법은 1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령 한 명씩 인물을 소개해가는 릴레이 방식이 그렇다. 도출을 소개하고, 애꾸를 소개하고, 그런 다음 까치나 마돈나로 이어지는 방식 말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각각의 캐릭터와 숨겨진 사연이 하나씩 드러난다. 도일출이 전설적 도박꾼 짝귀 도성길의 아들이라거나 애꾸(류승범 분)와 짝귀 사이에 숨은 사연이 있다는 식으로.

이와 함께 영화 ‘타짜’ 시리즈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어둡고 음습한 도박과 중독의 세계가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도박에 돈·가정·영혼을 모두 털린 평범한 주부가 스쳐가고, 돈이라면 손바닥 뒤집듯 사람을 속이고 이용하는 인물도 등장한다. 선과 악으로 나뉜 세계가 아니라 내 편 아니면 적밖에 없는, 선명한 이분법의 세상에서 영화는 승자독식의 잔인한 룰을 펼쳐나간다.

영화 ‘타짜 : 원 아이드 잭’은 배우들의 훌륭한 앙상블과 호흡을 보여준다. 일확천금보다 공무원이 되는 것이 더 환상적인 현실, 그 현실에 대한 영화의 무의식적 반영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눈보다 빠른 손, 그리고 전무후무한 캐릭터성을 보여줬던 ‘타짜’ 1편이 다시 보고 싶어지는 욕망을 감추기 어렵다.

매경이코노미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5호 (2019.09.18~2019.09.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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