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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시위 100일' 홍콩 경제, 괜찮아 보이지만…"이민상담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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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금융경제 지표는 비교적 안정적… 관광객 줄고 빈 가게도 늘어나는 추세]

머니투데이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주말 시위가 지난 6월9일 이후 15주째 열린 가운데, 16일 시위 100일째를 맞이한 홍콩의 경제는 흔들리고 있다.

장기 시위의 여파로 홍콩의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했고, 대규모 자금유출과 홍콩달러화 페그제(고정환율제) 붕괴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여러 금융지표를 보면 아직까지 홍콩 경제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주요 수입원인 관광산업이 위축되는 등 내상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홍콩금융관리국(HKMA)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홍콩 은행의 총 예금은 5월 대비 15억홍콩달러(2260억원) 줄었으나 홍콩달러표시 예금은 같은 기간 316억홍콩달러 늘었다. 시위 여파로 홍콩달러를 미국달러 등 다른 통화로 전환하는 모습은 현재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홍콩 환율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홍콩달러는 미국 1달러당 7.84달러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홍콩달러는 2005년 이후 1미국달러당 7.75~7.85달러에 거래된다. 시위가 발생한 지난 6월 이후 밴드 상한(7.85)에 도달한 적은 없다.

자산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지난 7월 중 홍콩 주택가격은 0.1% 하락했다. 홍콩 시위사태에도 불구하고 공포매도 현상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홍콩의 항셍지수는 지난달 중순 2만5281까지 하락했는데 현재는 2만7000선을 회복했다.

대규모 자금이탈 등 금융붕괴 가능성은 낮지만 홍콩 경제가 기술적인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

모간스탠리, DBS그룹, 골드만삭스 등은 3분기 홍콩의 GDP(국내총생산)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모간스탠리와 메릴린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5%의 GDP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홍콩의 연간 GDP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제적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홍콩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전망은 '부정적'으로 매겨 추가 등급하향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피치는 몇 개월간 지속된 홍콩의 갈등과 폭력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한계와 유연성을 시험하고 있다고 강등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홍콩의 체감경기는 지표보다 차갑다는 평가다. 홍콩 국제공항은 반정부 시위 위기 속에 8월에 85만1000명의 승객이 줄었는데 이는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올들어 홍콩 공항은 전년대비 0.4% 증가한 506만명의 승객을 처리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웃 광저우공항은 4.9% 더 많은 승객을 처리했고 싱가포르 창이 공항의 승객은 7월까지 3.4% 증가했다.

지난달 12일과 13일 시위대가 홍콩 공항을 거의 완전히 폐쇄하고 거의 1000편의 항공편이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진 이후 여행자들은 홍콩 방문을 기피하고 있다. 고급호텔은 성수기의 반값에 방을 내놓고 있지만 이마저도 잘 팔리지 않고 있다.

한 홍콩 시민은 "이민회사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고 시내에는 빈 가게가 나오고 있다"며 "과거와 다른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시위가 장기화되거나 중국이 시위사태에 개입할 경우 홍콩 금융시스템의 붕괴도 배제할 수 없다"며 "시위 관련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drag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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