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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앞으로 발행되는 종이증권은 가짜"…주주권 행사 수월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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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주식, 채권 등 실물증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전자증권제도 시행 기념식`에서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조국 법무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병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왼쪽부터)이 박수를 치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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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인 사채시장인 서울 명동·남대문이나 지방 대형 시장 일대에서는 오래된 주식이나 채권 실물을 싸게 판다는 식의 거래가 심심찮게 벌어진다. 고령층이나 금융에 해박하지 않으면 제대로 알 수 없는 해외채권뿐만 아니라 널리 알려진 상장사 주식까지 유통된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종종 중국이나 국내에서 불법적으로 위조된 경우다. '시세보다 싸게 판다'는 말에 속아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총 11회에 걸쳐 156조원 규모의 증권 위·변조 시도가 있었다. 2013년에는 중국에서 가짜로 만든 약 66조원 상당의 채권, 주식, 위조지폐 사범이 적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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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이 같은 사기행위가 벌어지기 어렵게 됐다. 정부가 전자증권제도를 도입하면서 이달 16일 이후 날짜로 발행된 종이증권은 모두 '가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방식으로 상장사 증권이 일괄 등록되면 실물 증권과 채권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과거 위·변조 식의 범죄행위는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전자증권제도는 실물증권을 발행하지 않고 증권의 발행·유통·권리행사 등 모든 증권 사무를 디지털 방식으로 처리하는 제도다. 실물 종이증권이 전자증권으로 대체되면서 실물증권 위조 및 배당 누락 사고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16일 금융위원회와 법무부, 한국예탁결제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전자증권제도 시행 기념식을 열고 상장 주식과 채권 등의 발행, 유통, 권리행사가 종이 실물증권 없이 이뤄지는 전자증권제도가 시행에 들어갔다고 알렸다. 이날 행사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조국 법무부 장관, 이병래 예탁결제원 사장,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전자증권법을 대표발의한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은 위원장은 "증권의 디지털화로 비효율이 사라지고 절차가 단축되는 등 혁신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음성적 실물거래도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실물증권이 전자 기록으로 바뀜에 따라 해킹, 오기재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한 IT 시스템의 안정성과 정보 보안의 필요성이 더 높아졌다"고 당부했다. 조 장관은 "증권의 소유관계를 투명하게 하고 주주 등이 증권에 대한 권리행사를 용이하게 하여,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공정경제의 기반을 갖출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증권제도는 실물증권의 위·변조와 유통·보관 비용 발생 등의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2016년 3월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이 공포된 이후 3년6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이날 시행에 들어갔다. 전자증권제도 적용 대상은 상장 주식과 채권 등 대부분의 증권으로, 이날부터 전자등록 방식으로만 발행할 수 있다. 기업이나 증권사가 실물을 발행해도 효력은 인정되지 않는다. 비상장주식의 경우 전자증권 전환 의무화 대상은 아니지만 발행인의 신청을 통해 전자등록이 가능하다. 전자증권제도 시행에 따라 국내에 상장된 증권은 일괄 전자증권으로 대체됐다. 제도 참가를 신청한 비상장회사 증권을 포함하면 이날까지 3000여 개 발행회사의 상장증권 및 비상장주식이 전자증권으로 전환됐다.

전자증권제도로 사기나 위·변조 사고 피해 위험이 제거될 뿐만 아니라 주주권리 행사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무상증자, 주식배당, 현금배당 등이 이뤄질 때 투자자의 전자등록계좌로 권리 내용이 자동 등록되기 때문에 미수령 등 발생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지난 6월 기준 미수령 주식은 약 504억원, 실기주는 375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주주명부 폐쇄 기간이 사라지면서 주주권 행사 편의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전자증권제도에서는 명부상 주주와 실제 주주가 동일하다. 이 때문에 실질 주주를 확정하기 위해 주주명부를 폐쇄할 필요가 없어 7일에서 90일까지 걸리던 폐쇄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주주총회와 배당 시기도 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실물증권을 소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등록이 필요하다. 실물증권 보유분에 대해 예탁결제원,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 명의개서 대행회사를 방문해 본인 명의 증권회사 계좌로 대체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금융기관이나 정부에서는 절차 간소화 및 시장 투명화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증권사나 은행은 실물 관리 부담이 경감되고 비대면 고객 업무로 비용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자증권제도를 통해 금융시장 투명화 효과를 포함해 향후 5년간 총 9045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진영태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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