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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날개단 K메디컬 (上)] 중동건설붐 이젠 의료로…서울대병원 10만명 진료·의료사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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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대병원이 5년 동안 성공적으로 위탁 운영한 능력을 인정받아 올해 7월 재계약을 체결한 UAE 왕립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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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왕족 가문의 17세 남성이 오토바이를 타다 넘어져 큰 부상을 당한 뒤 마프락병원 외상센터로 긴급 이송됐다. 하지만 마프락병원 의료진이 수술 후 마비 후유증이 발생할 경우 책임을 질 것을 우려해 수술에 난색을 표했다.

그러자 아부다비 셰이크 오피스(왕족담당 사무실)는 곧바로 UAE우리들병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부상당한 환자를 넘겨받자마자 심찬식 UAE우리들병원 원장은 목뼈골절(치돌기골절) 진단을 내린 뒤 수술에 들어갔다. 이 남성은 수술 후 후유증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이처럼 왕족담당 사무실에서 급할 때 가장 먼저 UAE우리들병원을 찾는 것은 2011년 두바이점, 2014년 아부다비점을 개원한 뒤 매년 1만6000명을 진료하고 500명을 수술하는 등 UAE우리들병원이 탁월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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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원장은 "우리 병원과 맞은편에 있는 미국 아부다비 클리블랜드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던 환자들도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긴 뒤 우리 병원으로 재수술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동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유럽 병원의 해외 진출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병원들의 격전장'이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존스홉킨스병원, 영국 킹스칼리지, 독일 사우디 게르만병원 등 글로벌 병원들이 UAE나 사우디아라비아에 직접 병원을 개설했다. 또 상당수 국제적인 의료기관들이 연락사무소를 잇달아 개설하고 있다.

쿠웨이트 정부가 서울대병원을 뉴 자흐라 병원 위탁운영 우선사업자로 선택한 것도 한국의 의료기술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데다 병원 운영능력도 검증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은 2014년 8월부터 5년간 UAE 왕립병원(왕립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SKSH)을 효율적으로 위탁운영해 명성을 떨쳤고 지난 7월 위탁운영 재계약에 성공했다. 단 한 건의 의료사고 없이 외래환자 10만3600명, 입원환자 5000여 명 진료와 약 2000건의 수술을 시행한 점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UAE 왕립병원에 근무하는 한국인은 의사, 간호사, 행정직원 등 약 200명에 달한다.

국내 의료기관 중에서는 서울대병원, 우리들병원을 비롯해 보바스기념병원 의료진이 중동지역에 진출해 있다. 이처럼 전 세계 병원들이 중동으로 몰리는 것은 오일머니를 앞세워 중동 국가들이 의료시장 육성과 함께 해외 유명 병원 유치에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자국민 고령화에 따른 진료 수요가 급증하는 데 따른 필요가 커진 데다 한발 더 나아가 해외 의료관광객도 유치하겠다는 게 중동 국가들의 생각이다. 주요 산유국 6개 나라로 구성된 GCC(사우디, UAE,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의 헬스케어 시장은 2016년 620억달러 규모에서 매년 연평균 8.7% 성장해 2021년 940억달러(약 110조원)대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 중 사우디와 UAE가 GCC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사우디에서만 현재 130개 병원 및 헬스케어센터가 건설 중이고 UAE는 '두바이헬스케어시티(DHCC)'를 표방하며 하버드대 의대, 존스홉킨스, 클리블랜드 클리닉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중동 의료허브를 꿈꾸고 있다.

투자전문 알 마사캐피털은 "중동과 북아프리카(MENA)는 병원 건설이 새로운 인프라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MENA지역의 3300개 병원 중 64%가 정부 소유 공공병원이지만 앞으로 민간 의료영역이 활성화되면서 민간 투자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국내 병원의 중동 진출 걸림돌은 의료인력 확보와 언어소통이다. 중동 시장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행정직원까지 200~300명이 한꺼번에 와야 하는데 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UAE 왕립병원에 근무하는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실력 있고 유능하지만 영어가 안 되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영어를 잘하지만 실력이 부족하고, 실력과 영어가 가능하지만 아이 교육과 가정적인 문제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 병원의 해외 진출 의료인력 양성을 위해 국제병원과 현지 의과대학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를 통해 국내든, 두바이든 국제병원을 만들어 글로벌 수준에 걸맞은 의사와 간호사 양성을 서둘러야 중동발 의료 특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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