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장기화 속 점차 경찰 ‘조력자’ 구실
“경찰 위해 시민 안전 희생” 비판 이어져
중 관영매체 “시위대용 특별열차” 맹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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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시설과 편리한 환승으로 이름난 홍콩 지하철이 ‘전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17일로 100일째를 맞는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 과정에서 진압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의 최전선이 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16일 “신속성과 쾌적함으로 잘 알려진 홍콩 지하철이 최근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시위대가 역사 유리창을 부수고 출입구에 불을 붙이는가 하면, 경찰은 역사 안에서 최루탄을 쏘고 전동차 안에 있던 승객한테도 뭇매를 퍼붓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반송중 시위가 15주째로 접어든 15일 경찰 진압에 밀린 시위대가 홍콩섬 중심가 완차이역과 애드미럴티역에서 창문과 감시카메라 등을 부수고, 역 출입구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상황이 격화하면서 홍콩 지하철공사(MTR) 쪽은 이날 늦은 오후 애드미럴티, 완차이, 코즈웨이베이 등 3개 역을 폐쇄했다. 앞서 공사 쪽은 지난 7일과 8일에도 모두 7개 역을 폐쇄한 바 있다.
반송중 시위대가 지하철에 대한 반감을 여과 없이 표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하철 당국은 시위 초기만 해도 늦은 밤 집회와 행진을 마친 시위대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 특별 연장운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경찰 쪽 요청에 따라 시위 예정 장소 인근 지하철역을 무정차 통과하거나, 진압경찰이 승강장까지 들어와 귀갓길 시위대를 체포하는 걸 돕기 위해 전동차 출발을 지연시키는 등 경찰의 ‘조력자’ 구실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8월31일 경찰은 ‘랩터’로 불리는 체포전담조를 카오룽반도 중심지 몽콕과 프린스에드워드역 구내로 진입시켜 승강장에 멈춰선 전동차에 타고 있던 시위대는 물론 시민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곤봉을 휘두르고 최루액을 난사했다. 경찰은 이날 이들 2개 역에서만 모두 63명을 체포했고, 수십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공항 노동자 캐서린 차우(26)는 <블룸버그>에 “지하철 당국이 경찰을 위해 승객의 안전을 희생시키고 있다”며, 9월 초부터 지하철 당국에 대한 항의 표시로 요금을 내지 않고 개찰구를 뛰어서 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본토는 반대의 논리로 홍콩 지하철을 비난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지하철 연장운행을 두고 지난 8월22일 “홍콩 지하철은 폭력 시위대를 위한 특별열차냐”며 “대중교통인지 폭도들의 공범인지 분명히 하라”고 비판했다. 양쪽의 ‘공적’이 된 지하철공사 쪽은 ‘억울하다’는 기색을 비쳤다. 공사는 지난 8일 성명에서 시위대의 과격 행동을 비난하며, 지하철역 폐쇄 등은 “직원과 승객의 안전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만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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