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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패스트패션 브랜드 ‘탑텐’, 직원들 근무복 강매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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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옷 안 입으면 ‘부정행위’

퇴사자 “구매비도 전가” 고발

“의류업계 관행 증언” 잇따라

국내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탑텐이 직원들에게 유니폼을 강매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근무 중 자사 브랜드의 옷만 입도록 규정하면서 구매 비용은 직원에게 전가했다는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유니폼 강매가 의류업계의 관행이라는 증언도 잇따랐다.

탑텐 퇴사자 ㄱ씨는 지난 14일 트위터에 “탑텐 유니폼 강매 고발한다”는 글을 올렸다. ㄱ씨는 면접 합격 통보를 받은 날 복장 규정을 물었고, 점장은 “유니폼을 구매해야 한다”고 답했다. 출근 첫날 ㄱ씨가 2벌을 구입하려 하자 점장은 “2벌 가지고 되겠냐”고 되물었다. 옷값 1만7000원은 ㄱ씨가 지불했다. 직원들은 판매가의 30%를 할인 받을 수 있지만, 50% 이상 할인 제품은 추가 할인이 적용되지 않았다.

탑텐 본사는 공지사항에서 ‘유니폼 미구매’를 근태부정 및 조작, 매출 조작 등에 준하는 ‘부정행위’로 규정한다. 이 규정에 따라 탑텐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채용 형태에 상관없이 근무복을 사비로 구매해야 한다. ㄱ씨는 부정행위를 신고하는 사내 e메일을 통해 개선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탑텐 정규직 직원 ㄴ씨도 한 달에 10만원가량을 유니폼 구입비로 쓴다. ㄴ씨의 월급은 175만원 정도다. ㄴ씨는 “단가가 엄청 비싼 편이 아니고 같은 옷을 매일 입기 싫어서 상·하의를 10벌 정도 구매했다”고 말했다. 규정상 상의만 탑텐 제품을 입으면 된다. 하지만 ㄴ씨는 타 브랜드 바지를 입었다가 상급자에게 혼난 적이 있다고 했다.

ㄱ씨는 트위터에 ‘탑텐강매피해자’ 계정을 만들어 피해 사례를 수집했다. 스파오, 지오다노, 무인양품 등 타 SPA 브랜드 직원들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무인양품에서 근무한다는 ㄷ씨는 “양말까지 무인양품 제품으로 착용하지 않으면 엄청 눈치를 줬다. 친구는 유니폼 구매에만 20만원을 썼다”고 전했다.

의류업계들은 홍보효과 때문에 자사 브랜드 옷을 입게 한다. ㄱ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객들이 보기에 예쁜’ 옷을 사라는 지시가 구두로 있었다”고 했다. 그는 “유니폼 강제구매는 의류업계 전반에 퍼져 있는 악습”이라며 “지금도 누군가는 억지로, 사비로 회사 옷을 구매하고 있다는 현실을 알리기 위해 공론화에 나섰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에 사용자의 유니폼 지급 의무를 규정하는 조항은 없다. 하지만 최혜인 노무사는 “청소노동자에게 빗자루를 사비로 사오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김유경 노무사는 “위험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장비를 지급받을 수 있지만 의류업체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면서도 “사용자는 노동자가 정상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탑텐 측은 “매장 현장직은 입·퇴사 변동이 잦다보니 유니폼을 지급하기 어렵다”며 “유니폼을 착용하지 않는 거의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인력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불거진 의견을 수용해 2020년부터 유니폼 규정을 새롭게 개정, 시즌별로 3개 제품을 증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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