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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이주노동자 4명 목숨 잃어도…사업주 벌점 고작 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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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사업장 배정 평가 ‘산재사망 1점 감점’ 최하 배점

성폭행 10점·임금체불 3점…“가벼운 과실로 치부” 비판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사업장에 배정하는 기준인 ‘점수제 배점 기준’에서 이주노동자 사망 시 사업주가 받는 감점은 ‘1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행이 감점 10점, 폭언·폭행·성희롱이 감점 5점인 점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이주노동자 사망사고를 사업주의 가벼운 과실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16일 고용노동부가 올해 초 발표한 ‘2019년 신규 외국인력 배정계획 안내문’을 보면 이주노동자 인력을 배정하기 위한 점수제 배점 기준이 명시돼 있다.

점수제는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장은 많고 이주노동자의 국내 유입은 한정돼 있다보니 정부가 사업장별로 인력 배정에 차등을 두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점수가 높은 사업장일수록 이주노동자가 우선 배정된다.

문제는 점수제 배점 기준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로 받는 감점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최근 2년간 사업장에서 사망재해로 1명이 사망했다면 감점은 1점이고, 2명 이상이 사망했다면 감점은 2점이다. 사망자가 3명을 넘더라도 추가 감점은 없다. 지난 10일 수산폐기물 저장탱크 청소 과정에서 이주노동자 4명이 질식사한 경북 영덕의 수산물가공공장의 경우에도 감점은 2점에 불과하다.

이주노동자 관련 다른 사건·사고에 대한 감점 기준과 비교해도 사망사고 감점이 크게 낮다. 원칙적으로 사업장 변경이 불가능한 이주노동자가 사업주의 성폭행으로 사업장이 변경됐을 경우 감점은 10점까지 올라간다. 사업주의 폭언·폭행·성희롱은 감점 5점, 임금체불·노동조건 위반 등은 감점 3점이다. 이주노동자의 ‘목숨값’이 빈번히 발생하는 임금체불만큼의 대우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안전장비 없이 유독가스가 배출되는 작업장에 이주노동자를 투입하는 사고는 몇해째 반복되고 있다. 2017년에는 경기 여주와 경북 군위에서 양돈 축사 분뇨를 치우던 이주노동자 4명이 질식사했다. 2017년 기준 이주노동자의 산재 발생률은 1.16%로 내국인 노동자(0.18%)에 비해 6배나 높다.

고기복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 문화센터’ 대표는 “안전장비도 주지 않는 이주노동자의 사망사고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준해 조사해야 하는데 과실치사로 솜방망이 처벌을 하니 사업주들도 경각심이 없다”며 “정부가 사업장의 사망사고를 고용주가 개입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사고로 보고 있어 배점 기준도 낮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노동부는 점수제 도입 이후 성폭행 등이 사회적 문제가 돼 높은 감점 기준이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점수제 도입 당시부터 사망사고는 1점 감점으로 책정됐는데 성폭행·폭언 등이 문제가 되면서 배점 기준이 높아진 측면이 있다”며 “사망사고를 결코 가볍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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