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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백남준 비디오아트 ‘다다익선’ 원형대로 복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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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2022년 전시 재개

CRT모니터 생산 안돼 중고 구해야

중앙일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다다익선’ 앞에서 관련 자료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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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브라운관 모니터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첨단 기술의 모니터로 바꿀 것인가.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2018년 2월 안전성 문제로 가동이 중단된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1932~ 2006)의 ‘다다익선’을 원형을 유지하며 복원하기로 했다. 작품이 담고 있는 시대성을 최대한 배려해 CRT 브라운관(Cathode-Ray Tube) 모니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11일 과천관에 설치된 ‘다다익선’의 복원 계획을 발표하고, 2022년 전시 재개를 목표로 3년에 걸쳐 복원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다다익선’은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의 유작 중에서도 최대 규모(모니터 1003대)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지난해 ‘다다익선’의 상영을 중단한 직후부터 작품의 보존 및 복원과 관련해 독일 ZKM, 미국 MoMA, 휘트니미술관 등 세계 미술기관 전문가 40여 명의 자문을 얻고 유사 사례를 조사했다”면서 “CRT 모니터를 대체할 수 있는 신기술의 적용 여부도 검토했다”고 밝혔다. 백남준이 생전에 작품에 활용된 기존 제품이 단종될 경우 신기술을 적용해도 좋다는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관장은 “작고한 작가의 작품을 복원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원형 유지’이며 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미술관의 임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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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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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팔라스트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백남준의 작품 ‘Fish Flies on Sky’(1983~85/1995) 등은 최근 CRT 브라운관 재생과정을 통해 2년에 걸쳐 복원됐다. 최근 미국의 휘트니미술관에서 7년에 걸쳐 복원해 전시한 ‘Fin de Siècle II’(1989)의 경우, 일부 작은 크기의 모니터는 LCD로 교체하고 나머지는 여전히 원래의 CRT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세계적으로 CRT 모니터의 생산은 중단된 상태라는 점이다. 윤 관장은 “동일 기종의 중고품을 구하거나 작품을 위한 재생산의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며 “최근 대두하고 있는 CRT 재생기술 연구를 위한 국제적 협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 어려움 등 한계로 인한 다른 모니터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경우, LCD(LED), OLED, Micro LED 등 대체 가능한 최신기술을 부분적으로 도입해 CRT 모니터와 혼용한다는 방침이다.

백남준의 ‘다다익선’은 1986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이 개관하면서 장소특정적 설치작업으로 구성돼 1988년 완성됐으며 이후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브라운관 모니터의 노후화에 따른 화재 위험 등 안전성 문제로 가동이 중단됐다. 가동 중단 이전에도 2010년 4월 158대, 같은 해 11월 86대, 2012년 79대, 2013년 6월 100대, 2014년 4월 98대, 2015년 320여 대의 브라운관 수리 및 교체 작업이 이뤄졌다. 현재 ‘다다익선’ 앞에는 이 작품의 탄생, 설치 배경과 관련한 이야기를 담은 자료전 ‘다다익선 이야기’가 열리고 있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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