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런 대통령의 인식은 보고 싶은 것만 봄으로써 생긴 ‘확증 편향’의 결과가 아닌지 우려스럽다. 8월 고용통계가 수치상 호전된 것은 맞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외화내빈이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늘어난 취업자 수 45만 명 중 60세 이상 노인 일자리가 39만 명이다. 경제의 중추인 30·40대 취업자는 오히려 23개월째 연속 감소했다.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 취업자 수도 17개월 연속 줄었다. 한마디로 세금을 쏟아부어 간신히 숫자를 맞춘 ‘일자리 분식(粉飾)’이라 해도 크게 박한 평가는 아니다.
2분기 가계소득 지표도 ‘정책 성과’로 포장하기엔 문제투성이다. 1분위 소득 감소세가 멈췄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쓸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가처분 소득 기준으로 1분위와 5분위의 소득 격차가 통계 작성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빈익빈 현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최저임금 급격 인상 등으로 인한 저소득층 일자리 감소였다. 무리한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을 세금으로 덮고서는 이를 ‘정책 효과’로 포장한 격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갈수록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연초 정부가 내걸었던 2.6~2.7% 성장률 목표는 이제 2%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미·중 무역분쟁에 한·일 외교 갈등까지 겹치며 경제 현장은 ‘R(경기 침체)의 공포’를 넘어 ‘D(디플레이션)의 공포’마저 어른거린다. 앞이 안 보이는 경제 현실 때문에 자산층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이민 설명회마다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보도도 나온다. 이런 와중에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자신감은 도대체 근거가 무엇인가. 문 대통령은 지난달에는 “우리 경제 기초체력은 튼튼하다”고 말했다. 현장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판단이 정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경제’로 가는 출발점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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