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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트럼프, 드론테러 관련 이란 겨냥 "군사공격 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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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테러]

美정부 관계자 "이란이 미사일 10여기·드론 20대 이상 발사했다"

이란 "美 주장은 최고 거짓말"… 해빙조짐 美·이란, 다시 냉기류

미국이 지난 14일(현지 시각) 일어난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공격을 이란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공격 직후 예멘의 후티 반군은 자신들이 사우디 석유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이를 부정하고 이란이 직접 드론을 띄워 사우디 석유 시설을 공격한 것이라고 지목한 것이다. 미국 이란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포문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열었다. 그는 공격이 일어난 14일 트위터에 "이번 공격이 예멘에서 비롯됐다는 증거가 없다"며 "이란은 세계 에너지 공급에 대해 전례 없는 공격을 저질렀다"고 했다. 이어 미 정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말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적극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정부 차원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정부 관료들이 뉴욕타임스(NYT), CNN 등 언론을 통해 이란이 이번 공격을 주도했다고 보는 증거와 정황을 설명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5일 "범인이 누군지 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며 "우리(미국)는 (범인을 확인하는) 검증에 따라 (보복하기 위해) 장전된 상태"라고 썼다.

조선일보

공격받은 사우디 석유단지 - 미 정부가 15일(현지 시각) 언론에 공개한 사우디 아브카이크 석유 단지의 위성사진. 드론 공격을 받은 시설들이 빨간색 테두리로 표시돼 있다. 검은색으로 그을리고 구멍이 뚫려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약 17곳의 주요 인프라 시설이 공격받았다’는 설명이 위쪽에 함께 제시돼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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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측은 공격을 받은 시설 수를 증거로 제시했다. 예멘 반군은 드론 10대로 사우디를 공격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공격받은 시설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공격 다음 날인 15일 미 정부가 공개한 사우디 아브카이크 석유 단지의 위성사진을 보면 공격을 받아 구멍이 뚫리고 검게 그을린 석유 단지 내 원유 처리 시설 모습과 함께 "주요 인프라 시설 약 17곳에 대한 공격이 이뤄졌다"는 설명이 달려 있다. 드론이 날아온 방향도 이란 책임론의 근거가 됐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석유 단지에 대한 공습이 북쪽 또는 북서쪽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NYT는 "(사우디 남쪽에 위치한) 예멘보다는 페르시아만 북부의 이란이나 이라크에서 드론이 날아왔다고 보는 게 일관성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에 앞서 이라크와 사우디 사이에 있는 쿠웨이트에서 미확인 드론이 목격됐다는 현지 언론 보도를 토대로 이란이 공격을 주도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CNN은 "드론 공격이 이라크 남부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남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란 혁명수비대 해외 작전 부대와 친(親)이란 성향 민병대가 공격을 주도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드론과 함께 순항미사일도 이번 공격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ABC뉴스에 "이란이 순항 미사일 10여 기와 20대가 넘는 드론을 발사했다"고 했다.

사우디 군 당국은 초기 조사 결과 공격에 사용된 무기가 이란제로 밝혀졌다고 16일 발표했다.

미국과 이란 관계는 다시 얼어붙었다. 지난달 말 주요 7국(G7) 정상회의 이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건이 조성되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밝혔다. 이달 말 열릴 유엔 총회에서 미국·이란 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됐었다. 그러나 이번 공격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다만 트럼프는 이란이 공격했다고는 적시하지 않았고, 이란과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 역시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란은 사우디 공격의 범인이 이란이라는 미국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은 15일 트위터에 이란의 소행이라는 폼페이오 장관의 주장이 "최고 거짓말"이라며 "이란을 비난하는 것으로 재앙을 끝낼 수 없다"고 했다.

[이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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