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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어렵게 잡혔다”는 한·미 정상회담, 북 이슈로 돌파구 마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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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부터 26일까지 미국 뉴욕을 방문해 유엔총회에 참석하고 방미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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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끝난 16일, 청와대에선 기자들과 핵심 관계자 사이에서 이런 문답이 오갔다.

Q : 청와대가 추석 연휴 기간 파악한 민심이 있나. 연휴 이후에도 정치권에선 조국 장관 문제가 화두다.

A : “정치권에서 관심사항이긴 하지만, 청와대가 계속 그것만 바라볼 수는 없다. 민생 경제활력이 중요해서 전날 일자리 관련 브리핑을 했다. 외교안보 관련해서도 한반도 프로세스를 좀 더 다져가기 위한 한 주가 돼야 한다.”

이 문답에는 추석 후 청와대의 움직임에 대한 단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치권에서야 조 장관을 계속 얘기하겠지만, 민생과 외교·안보를 챙기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추석 연휴 때의 민심 흐름, 이른바 ‘밥상머리 민심’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한 참모는 “공식적인 회의 석상에서는 거의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쁘지 않다’는 게 내부 기류다. “‘정권 교체에 동의하는가’ ‘야당이 대안인가’라는 두 질문 모두 ‘동의한다’가 50%를 넘어야 정권의 위기로 볼 수 있는데 아직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는 박성민 정치컨설턴트의 지적처럼 오히려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특히 문 대통령의 뉴욕 방문에 집중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북·미 관계가 경색국면을 이어왔다면, 이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그런 시작 시점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정체 상태이던 북·미 관계가 물꼬를 트는 것과 맞물려 문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급박하게 잡은 정황이 짙다. 최근까지도 청와대에선 “참석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가느냐 안 가느냐 묻는다면 안 갈 가능성이 51%”라는 말이 많았다. 청와대 관계자도 전날 “한·미 정상회담이 어렵게 잡혔다. (청와대는) 거기에 집중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번 문 대통령의 뉴욕 방문은 문재인 정부를 상징하다시피 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가속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최근까지 북한이 한국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비핵화 과정에서의 한·미 공조를 재확인하면서 역할론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완고한 보수주의자로 ‘슈퍼 매파’로 분류되던 존 볼턴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이 경질되고 대화 흐름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보다 정확한 입장 조율과 정보 교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나 호르무즈 파병 등 이른바 ‘동맹 비용’에 대한 언급이 나올 경우 부담이 되겠지만, 이를 무릅쓸 정도의 가치가 있는 회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일각에선 “분명 중요한 국면이고 뉴스를 장식할 만한 소식이 많겠지만, 국면을 확 뒤집을 만한 경천동지할 뭔가를 기대해선 안 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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