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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목소리 엿듣는 AI스피커? 통신3사 사생활 침해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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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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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국내 통신사가 주도하는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 음성데이터 수집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 논란은 여전하다. 통신3사 모두 자체적으로 이용자 목소리를 수집하고 있으나 유출 등에 따른 개인정보보호 대책은 불분명하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통신3사는 자사 AI 스피커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이를 최대 2년간 보관 후 폐기하고 있다. 이용자의 음성명령 패턴을 분석하고 AI가 이를 학습해 음성 인식률과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한 작업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AI 스피커의 음성데이터 수집이 사용자의 사생활 유출경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AI 스피커 '클로바'를 판매하는 네이버는 수집한 이용자의 음성을 협력사 직원이 녹취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통신사들도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재 통신3사는 이용자를 특정할 수 있는 일부 정보를 삭제하는 '비식별화' 조치를 거친 다음 음성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비식별화 작업 이전에도 최대 2개월간 음성데이터를 그대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은 '기본적으로 약관을 통해 음성 수집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음성데이터 수집 후 1개월간 고객 VOC(Voice of Customer)를 위해 보관만 하고 있다가 그 이후엔 비식별화해 전체 데이터의 0.1%만을 AI 학습 또는 오류 확인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KT 역시 '비식별화 조치를 하지 않은 데이터 보관 기간은 2개월이며 대신 보안을 위해 암호화 상태로 연구소 내부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네이버와 동일한 음성명령 수집정책으로, 최대 7일간 보관 후 비식별화를 거친다'고 전했다.

비식별화 작업을 거친다 해도 기준이 불분명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국내 현행법은 비식별화 기준을 명시하지 않은 탓에 기업들은 모두 자체적으로 마련한 기준에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음성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문서화 하는 작업도 대부분 외부에 맡기는 실정이다.

일부 기업은 그래서 이용자가 음성 저장 여부를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옵트 아웃'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 허락된 데이터만 수집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선 네이버가 이 기능을 도입하겠다고 나섰지만 통신사들은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미적지근한 입장이다.

현재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각각 '누구(NUGU)','기가지니','U+어벤져스' 등의 AI 스피커를 판매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네이버 '클로바'와 카카오 '카카오미니'까지 더한 국내 AI 스피커 누적 판매량은 지난 3월 기준 412만대, 연말까지 800만대가 예상된다.

이중 통신사 AI 스피커의 존재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통망과 결합상품 등의 이점을 앞세운 덕분이다. SK텔레콤의 누구 플랫폼은 지난 8월 기준 월간 실사용자(MAU 기준)가 670만명에 이른다. KT 기가지니도 내달 중으로 기기 판매량 200만대 돌파를 목전에 뒀다.

일각에선 급증하는 AI 스피커 이용량에 따라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한 별도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선숙 의원(바른미래당)은 지난 4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에 따라 오는 국정감사에서도 최대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를 전망이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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