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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통신One]학교 옆 난민센터…제네바의 '상생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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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 '리고 피난처' 개관

친환경 건축·연대와 결속 위해 문화센터식 운영

[편집자주]정통 민영 뉴스통신사 뉴스1이 세계 구석구석의 모습을 현장감 넘치게 전달하기 위해 해외통신원 코너를 새롭게 기획했습니다. [통신One]은 기존 뉴스1 국제부의 정통한 해외뉴스 분석에 더해 미국과 유럽 등 각국에 포진한 해외 통신원의 '살맛'나는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 현지 매체에서 다룬 좋은 기사 소개, 현지 한인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슈 등을 다양한 형식의 글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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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을 위한 '리고 피난처' 입구© ©김지아통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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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뉴스1) 김지아 통신원 = 만약 우리 동네 고등학교 바로 옆에 담도 없이 난민과 노숙자를 위한 피난처가 생긴다면?

상당수 사람들이 "집값 떨어지게 하필 우리 동네에 왜?"라며 흥분할 것이다. 공공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 이롭지 않은 일이면 반대한다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가 말해주듯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신의 이익에 해가 되면 아무리 '공공선'이라도 싫어하는 심리가 있다.

하지만 최근 제네바에서는 님비와 같은 마찰이나 갈등 대신, 연대와 결속의 가치를 강조하고 실천하는 난민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창의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활용해 지역에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유엔과 유엔난민기구(UNHCR) 사이에 위치한 리고 공원(Parc Rigot)에는 화해와 평화의 상징인 인물인 넬슨 만델라를 기념한 대형 조형물이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 작품은 스위스 제네바로 피신해온 난민들을 위해 자리를 양보했다. 공원 이름을 따서 붙인 '리고 피난처'(Centre d’Hebergement collectif de Rigot)란 건물이 그 자리에 들어섰다.

스위스 정부는 지난 2015년 유럽을 강타했던 난민 증가 사태로 인해 난민 수용시설 부족해지자 전담반을 꾸려 이를 해결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건물은 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사회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기관인 제네바 '호스피스 제네랄(Hospice Genéral)'과 제네바시(市)가 협력해 세웠다.

리고 피난처는 2018년 2월 착공 후 1년6개월 만에 완공, 최근 입주가 시작됐다. 5층짜리 목조 아파트 두 채로 된 이 건물은 모듈러(조립식) 주택. 제네바 쥐라 산맥에서 벌목한 목재를 이용하여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지었다. 모듈러 건축은 떠오르는 특허 기술 중 하나로 최근 한국 건축계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분야다. 마치 레고를 쌓듯 컨테이너를 쌓아 올리고 조립하는 이 미래형 건설 공법 덕분에 리고 피난처는 쉽게 이동할 수도, 또 허물었다 다시 사용할 수도 있다.

제네바시는 난민 피난처를 위해 공원 부지를 10년간 대여해주기로 했다. 기간이 만료되어 건물을 해체해야 할 때가 오면 모듈을 분해한 후 새로운 장소에 다시 설치할 수 있다. 건축 폐기물이 나오지 않아서 친환경적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새 건물을 짓는 것에 비해 예산도 절감된다.

개별 주방과 욕실을 갖춘 아파트 내부는 각 호수에 배정된 구성원의 수에 따라 공간의 크기를 다르게 조정할 수 있으며, 싱크대와 수납공간은 필요에 따라 용도를 변경할 수도 있다. 단열과 방음은 물론 엘리베이터를 비롯하여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사용하지 않는 사람 모두가 시설을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설계됐다.

또 건축 설계부터 자재 및 공사 담당 인력까지를 모두 제네바 내에서 해결함으로써 지역 경제에도 이바지했다. 본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바로 지역사회와의 연대이기 때문이다.

피난처 앞에 마련된 텃밭에서는 채소 가꾸기가 한창이다. 한 비정부기구(NGO) 단체는 지역 주민을 위한 텃밭 가꾸기 강습을 열고 친환경 작물 재배 방법을 알려준다. 이 텃밭 근처에서 살거나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해 도심에서 유기농 채소를 수확하여 식탁에 올리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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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봉틀을 갖춘 피난처의 의상실©김지아통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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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처에는 유아 놀이방, 컴퓨터실, 요리 강습이 가능한 주방, 의상실, 미술실 등 다양한 종류의 커뮤니티 공간이 마련됐다. 고립되기 쉬운 난민들이 새로운 사회로 통합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려는 목적이다. 커뮤니티 공간은 지역 주민들 누구나 이용과 참여가 가능한 일종의 문화센터다.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지역 주민과 어울리고, 그 과정에서 언어 장벽을 극복하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효과까지 고려했다.

리고 피난처 바로 옆에는 성적이 상위 35% 안에 들어야만 입학이 가능한 제네바 인문계 고등학교 중 하나인 시스몬디 고등학교(Collége Sismondi)가 있다. 이 학교 재학생들과 교사들은 난민 보호 시설 개관 소식을 듣고 피난처에 입주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 경기나 미술작품 함께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에 리고 공원을 산책하던 교사와 학생들은 이들 난민 새 이웃 덕에 나눔과 관용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기회를 얻었다고 말한다.

리고 피난처는 이웃인 유엔난민기구는 오는 12월17일과 18일 양일간 처음으로 장관급 '세계난민포럼'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포럼에서는 난민을 받아들인 국가와 지역사회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난민들의 자활을 도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난민을 수용해 난민들은 물론 지역공동체의 삶과 모습까지 바꾼 리고 피난처의 사례를 전 유럽이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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