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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헐크라더니"…기자회견서 꽁무니 뺀 존슨 英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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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셈부르크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 불참

EU의원 "인크레더블 부루퉁(Sulk)인가" 조롱

뉴스1

16일(현지시간) 영국-룩셈부르크 정상회담 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불참한 가운데 자비에르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가 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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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자비에르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브렉시트 반대시위를 피하려고 했다는 이유에 '헐크'가 아니라 '겁쟁이'였다는 냉소가 나온다.

16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룩셈부르크에 기자회견장을 실내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회담 장소인 정부청사 밖에 모여든 반(反)브렉시트 시위대의 구호를 피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베텔 총리는 예정대로 실외 기자회견장으로 나갔고 룩셈부르크 정부 관계자들도 따로 단상을 치우지 않았다. 존슨 총리는 결국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베텔 총리는 홀로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브렉시트는 어떤 배우나 대본에 빗대 말하기엔 너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전날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를 마블 만화 속 캐릭터인 '인크레더블 헐크'에 비유한 것을 꼬집어 비판한 것이다.

앞서 존슨 총리는 "헐크는 화가 날수록 점점 강해진다. 헐크는 단단히 묶여 있는 것 같아도 항상 도망쳤다"며 "그게 바로 이 나라(영국)의 경우다. 우리는 10월31일 (EU를)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텔 총리는 "브렉시트는 유럽연합(EU)의 선택이 아니라 영국 보수당 정부의 선택"이라며 존슨 총리에 "당리당략적 이익을 위해 우리 미래를 인질로 잡지 말라"고 촉구했다.

베텔 총리는 "브렉시트 절차는 '악몽'으로 변했으며 영국은 지금 거부하는 협상안의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존슨 총리는 모든 영국 시민들의 미래를 쥐고 있다. 그것은 그의 책임이고, 그의 국민, 우리 국민이 그에게 의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에 기자회견장에 모였던 군중 속에서는 박수 치고 환호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존슨 총리는 이후 BBC와 인터뷰에서 기자회견에 불참한 이유에 대해 "룩셈부르크 총리에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많은 잡음이 날 것이 분명했고 우리의 쟁점이 흐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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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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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펜던트는 논평에서 "인크레더블 헐크 존슨은 직접 자신의 기자회견장에 나오기엔 너무 겁이 많다"며 "조기총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존슨 총리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를 '(겁 많은) 닭'이라며 낙인 찍은 지 2주도 채 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히 버르호프스타트 벨기에 출신 EU의원은 존슨 총리의 빈 자리가 드러나는 기자회견장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인크레더블 부루퉁(Sulk)이 됐다"고 조롱했다.

심지어 '어벤져스' 시리즈 영화에서 '헐크'를 연기했던 배우 마크 러팔로조차도 "보리스 존슨 총리는 헐크가 오직 모두의 선을 위해서만 싸운다는 사실을 잊었나 보다"며 "광기와 힘은 멍청하고 파괴적일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존슨 총리는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과도 회담을 가졌지만 뾰족한 합의점은 찾지 못한 채 다음을 기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융커 위원장은 회담 후 "EU는 영국이 '아일랜드 백스톱'의 실현 가능한 대안을 들려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를 강행할 것이라고 선언한 10월31일까지는 이제 겨우 44일 남았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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