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브렉시트 합의안 관련 정상회담을 위해 룩셈부르크를 방문한 존슨 총리[사진= 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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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은비 인턴기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 관련 정상회담을 위해 룩셈부르크에 방문했다가 반대 시위 인파에 밀려 공동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유럽 언론들은 전날 자신을 슈퍼히어로 ‘헐크’에 비유하며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던 존슨 총리가 시위대에 놀라 도망갔다며 “헐크가 아닌 겁쟁이”라고 조롱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BBC등 현지 언론은 존슨 총리가 룩셈부르크에서 굴욕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존슨 총리는 자비에르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와 브렉시트 관련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룩셈부르크를 방문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전날 장 클로드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의 회담에 이어 이뤄진 것으로 존슨 총리가 EU와 적극적으로 접촉하며 브렉시트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리였다.

존슨 총리는 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위해 이동 중 브렉시트 반대 시위대가 자신을 향해 야유를 퍼붓자 말없이 자리를 떠났다.

이후 존슨 총리는 시위대 소음이 너무 크다며 기자회견 장소를 실내로 옮겨줄 것을 요구했지만 마땅한 장소가 없다는 답변에 회견에 불참했다.

결국 베텔 총리는 혼자 기자회견을 가졌다. 베텔 총리는 “시위는 민주주의 권리다. 서로 소통하고 듣는 것도 중요하다”고 기자회견에 불참한 존슨 총리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영국과 EU 국민들은 6주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며 “국민들에게는 확실성과 안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존슨 총리의 빈자리를 가리키며 “당신의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국민들의 미래를 볼모로 잡을 수 없다”고 했다.

특히 그는 존슨 총리의 새로운 브렉시트 협상이 유럽인들에게는 ‘악몽’이라고 표현했다. 전날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최대 쟁점인 ‘백스톱(브렉시트시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 하드보더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 조항을 폐기하자고 하면서도 구체적 대안은 없었다는 것이다.

베텔 총리는 “현재 구체적인 제안이 없다”며 “EU는 단순한 말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촉박하니 이제 말은 그만하고 행동하라”고 말했다.

반면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간 존슨 총리는 영국 대사관에서 따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는 여전히 EU와의 협상 가능성이 높다며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