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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경찰까지 개입한 '배터리 소송전'…SK이노 본사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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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검찰, SK이노 압수수색 정당"
SK이노베이션 "워낙 지원자 많았다"

LG화학(051910)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6일 분쟁 해결을 위해 만난 양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헤어진 가운데 양측의 '네 탓'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17일 경찰이 SK이노베이션 본사 압수수색에 들어간 가운데 양사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비방을 이어나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산업기술유출수사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이노베이션 본사와 대전 대덕기술원을 압수수색했다. LG화학이 지난 5월 ‘산업기술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SK이노베이션 법인과 인사담당 직원 등을 서울지방경찰청에 형사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조선비즈

(왼쪽부터)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각사 제공



LG화학은 "경쟁사가 2년 만에 100명에 가까운 인력을 빼가는 과정에서 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이 다량 유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번 압수수색은 경찰에서 경쟁사 관련 구체적이고 상당한 범죄 혐의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한 결과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고, 그에 대해 검찰과 법원에서도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LG화학은 "(SK가) 당사 지원자들로 하여금 이력서 양식에 구체적인 연구 프로젝트명, 참여 인원 이름, 프로젝트 리더 이름, 성취도 등을 작성하도록 요구하고 면접 과정에서는 LG화학의 세부 기술 내용이 기재된 발표자료를 면접 전까지 제출하고 지원자가 습득한 당사의 기술 및 노하우를 경쟁사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지 중점적으로 질문했다"고 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전직자들의 사내 메신저 내용 등도 영업비밀 부정 취득의 근거로 들었다. LG화학에 따르면 전직자들은 LG화학 재직자들에게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서 하는 거 다 따라 하려고 하는데" "나랑 (SK이노베이션의) 선행개발에 가서 여기(LG화학) 적용된 거 소개시켜주면서 2~3년 꿀 빨다가" 등의 말로 동반이직을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또 "전직자들이 전직 후에도 지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해 LG화학의 구체적인 기술내용에 대해 질문을 시도했다는 사내메신저 대화 내용이 확인됐다"며 "위 내용을 포함한 여러 자료 및 정황들에 비추어 보면, 이번 사안은 경쟁사가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당사의 2차전지 관련 국가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을 불법적으로 취득한 사건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배터리 사업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LG화학의 인력을 채용한 것이 사실이나, 100% 공개채용 원칙 아래 진행됐다"며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인력을 부당하게 채용했다는 주장에 정면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같은 대기업으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하나 워낙 지원자가 많았다"면서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서 채용해 간 경력직원이 100여명이라고 하는데, 이는 SK의 배터리 사업 경력사원 모집에 지원한 LG화학 출신 전체의 10%대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헤드헌터를 통해 특정인력을 공략해서 1명도 채용한 적 없으며, SK에 이직해 온 LG화학 자동차 배터리 분야 출신 중 대리·과장급이 95%"라고 덧붙였다.

이어 "소위 ‘묻지마식 소송’에 대응하느라 SK이노베이션은 사업 수주 및 시장 대응 등 기회손실이 막심할 뿐 아니라 인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고통이 매우 크다"면서 "배터리 산업은 소송보다는 협력을 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LG화학에서 자사로 이직한 직원 개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 4월에 SK이노베이션을 기술유출 혐의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제소했지만, 국내 수사기관에도 고소했다는 사실은 이날 처음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맞서 지난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이달 초에는 미국 ITC와 연방법원에 특허침해 혐의로 맞소송을 내면서 싸움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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