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내년 대선 앞두고 군사공격 가능성은 낮아"
"오바마 JCPOA 대체할 핵협상 타결이 진짜 목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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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상반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피격 사건의 주체로 이란을 지목하고 이에 대한 군사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을 촉구하는 양면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누구와도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란 석유 시설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공격은 비례적 대응이 될 것"이라고 언급, 이전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을 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순된 태도와 관련해 WP는 '트럼프의 대(對)이란 이중 본능: 최대 압박과 협상에 대한 열망'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목적은 전쟁이 아닌 '새 핵협상 타결'에 있다고 분석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동맹국이자 이란의 적국인 이스라엘·사우디와 공화당 지지자들을 위해 이란에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와 기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대체할 새 협상을 타결하려는 정치적 본능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표적 성과로 꼽히는 JCPOA를 파기하면서 이란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JCPOA에서는 15년간 우라늄 농축 수준을 3.67% 이하로 제한했을 뿐, 우라늄 농축을 전면 금지하지는 않았다. 3.67%는 원전 가동을 위한 수준. 핵무기를 제조하려면 우라늄을 90% 농도까지 농축해야 한다. 그러나 미 정계의 매파 세력은 저농축 우라늄만으로도 매우 위험하다며, JCPOA가 이란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비판해 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제재 숨통을 터주는 대가로 이란의 핵활동을 완전히 차단,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최대 외교 성과로 내세우겠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위해 1979년 이슬람 혁명 처음으로 이란 대통령과 만날 계획을 하고 있다고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은 전했다. 전쟁 수준의 대치 상황으로 긴장을 최고조로 올렸다가 대화 국면으로 급반전한 대북 외교와 비슷한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취임 전부터 이란과의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펴 온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노선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발발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근거는 한 가지 더 있다. 현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 개입주의 외교 중단을 선언한 '미국 우선주의'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에 무리수를 던질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란과 전쟁을 벌일 경우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공약 실패와 함께 민주당에 추가 공격 여지를 줄 수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이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지난 6월 전쟁 가능성이 제기됐을 당시 5분 전 폭격 명령을 중단했던 예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이란에 실제 보복 공격을 감행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이달 말) 유엔 총회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만남이 예정돼 있지 않다"면서도 "그들은 결국 우리와 만나고 싶어할 것"이라며 대화의 문을 열어뒀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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