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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인터뷰]75년생 ‘미수’로 첫 멜로 연기한 김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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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고은. BH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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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개봉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부모 없이 아는 언니와 둘이 제과점을 운영하는 미수(김고은)와 아픈 과거를 안고 있는 현우(정해인)의 사랑 이야기다. 영화 속 배경이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라 ‘레트로 감성멜로’라 불린다.

배우 김고은이 청춘끼리의 사랑, 멜로 여주인공을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은교>(감독 정지우·2012)로 데뷔한 김고은은 그간 <몬스터>(2014) <차이나타운>(2015) 등 영화에서 개성 강한 캐릭터를, <도깨비>(2016~2017) 같은 판타지 장르 속 여주인공을 연기했다. 지난달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고은은 “첫 멜로영화”라며 “특별하게 큰 사건이나 다이내믹한 이야기가 있지 않았지만 두 인물의 고민과 내면의 정서가 공감 가는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유열의 음악앨범>은 큰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다. 대신 서로에 대한 애정·그리움 등 매우 섬세한 감정 표현이 영화의 핵심인데, 김고은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현실적인 인물로 미수를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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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의 한 장면. 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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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이 이 영화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자신의 데뷔작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감독님과 <은교> 이후에도 해마다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긴 했다. 그러던 중 감독님이 ‘시나리오 하나만 읽어줄래?’라고 물어보셨다. 저도 연기하다 고민이 생기면 감독님께 여쭤보고 서로 모니터링을 부탁하는 사이라, 감독님이 연출하는 건지 모르고 단순한 모니터링 개념으로 읽었다. 다 읽고 연락드리니 ‘커피 한 잔 하자’고 하셔서 만났다. 제 생각을 많이 얘기했다. 그러자 감독님이 ‘내가 연출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저는 ‘좋을 것 같아요, 잘 하실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그랬는데 감독님이 ‘주인공을 고은이 해본다면 어떨 것 같냐? 이 시기 기운을 다 담아내고 싶고, 잘 그려낼 자신이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제가 ‘그러면 할게요’라고 그 자리에서 바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1991년생인 김고은은 올해 한국 나이로 29살이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 당시 그는 유년기나 초등학생이었지만 미수를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미수와 제가) 세대가 다르긴 하지만 그 나이대가 주는 감성이나 고민들이 지금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당시는 지금보다 시간들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라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도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휴대전화를 썼다. 그 전까지는 친구 집에 전화해서 ‘OO 있어요?’라고 바꿔달라 하기도 하고, 어디서 만나자라고 약속 잡고 마냥 기다리기도 했다. 지금은 너무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상태라 그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때는 당연하다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약 10년간의 세월이 흐르지만, 미수는 머리 모양만 약간 바뀔 뿐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김고은은 외모보다 내면의 변화, 성장에 보다 집중하려 했다고 말했다.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싶어서 큰 변화를 주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10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제가 목소리 톤이나 다른 면에서 큰 차이가 있지 않다. 그런데 오랜만에 보는 친구나 지인들이 ‘기운이 달라졌다’고 얘기한 게 기억났다. 기운이 달라진다는 건 10년이란 시간동안 어떤 부분에 있어 사회생활하며 성숙해진 것도 있을 테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내면의 변화가 묻어난 것이라 생각한다. 그 지점을 잘 표현해보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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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의 한 장면. 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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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역 현우를 연기한 배우 정해인에 대해 그는 “기본적으로 배려를 깔고 있는 배우들끼리 만나면 호흡이 안 맞는 경우 없다”며 “(정해인도) 그런 상대였다”고 말했다. 미수에게 어머니나 언니와 같은 존재인 은자를 맡은 배우 김국희에 대해선 “정말 좋은 사람이고, 좋은 배우”라며 “(김국희와) 같이 연기를 했을 때 언니 얼굴만 보고 울컥했던 순간이 되게 많았다. 그것이 화면에서 끈끈하게 보여진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20대 초반에 데뷔한 김고은은 또래 배우들과는 달리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그는 “운이 좋게 빨리 주연을 하게 됐다. 부족한 지점을 두려워하지 말고 다양하게 시도해 연기의 기복을 없애자고 생각했다. 30대 됐을 때는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로, 20대 때는 많이 깨져도 된다고 생각했다. 제 나름대로 치열하게 도전 많이 하고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후회되지는 않는다. 30대가 된다고 해서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지금까지 시간들이 쌓여서 한 작품 해나갈 때마다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개성 강한 영화에 주로 출연한 김고은이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린 작품은 tvN 드라마 <도깨비>다. 그러나 <도깨비> 이후 바로 활동을 이어가지 않았다. 그는 “제 스스로 단순한 성격에, 쉽게 안 흔들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이 일을 해왔다. 상처 안 받고 넘긴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그게 몇년 동안 쌓이다 <도깨비> 이후 한 번에 온 것 같다. (침체된) 그 상태로 작품을 하면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도 이런 시기에 작품을 안 하면, 나중에 이 시기가 또 찾아오면 안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선택한 작품이 <변산>이었다. 다행히 <변산>을 통해 회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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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0대에 접어드는 김고은의 목표는 ‘다작’이라고 했다. 그는 “나중에 생각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현재 저는 다작을 하는 게 꿈이다. 최대한 많은 역할을 하고 싶다. 늘 잘 되고 좋은 연기도 중요하겠지만, 매번 작품을 하나할 때마다 깨닫는 것도 있고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게 된다. 자기반성을 통해 퇴보하지 않는 게 제 목표”라고 말했다.

김고은은 <변산> <유열의 음악앨범>을 통해 스스로를 편하게 하는 게 연기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변산> 전에 한 작품들 중에는 큰 감정씬(감정 소모가 많은 장면)이 있는 게 많았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보이는데, 그 장면을 언제쯤 찍는지 아니까 일주일 전부터 토하기도 하고 스스로 극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었다. <변산> 때는 저를 놔버렸다. 열심히 안 한 건 아닌데 토할 정도로 한 건 아니라 사실 <변산>을 볼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그 때 칭찬을 많이 받았다. 그 때 알게 됐다. 나를 괴롭히고 옭아매는 게 꼭 좋은 연기를 하는 방법은 아니구나 싶었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현실적인 연기라 조심스레 다가갔다. 미세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즐기면서 했다. 나 자신에게 스스로도 너그럽게 ‘너 힘들어? 그럼 좀 쉬어’라고 말하며 편하게 했다”.

김고은은 스릴러·액션 등 장르 영화가 대세가 되고 있는 요즘 멜로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저는 인생에서 남녀간 연애뿐 아니라 사랑이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다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 멜로는 많지 않다. 사랑에는 다양한 사랑이 있으니 다양하게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 사랑의 한 부분을 표현한 이번 영화로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이 있었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의 사랑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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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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