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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단독]민주평통의 편 가르기..日동포사회 이념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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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통 현판 뗀 재일민단
민단이 맡아오던 민주평통 부의장
수십년 관례 깨고 다른 인사 임명
정부, 보수 성향 단체 배제 분석


파이낸셜뉴스

17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재일대한민국민단 건물 앞. 재일민단과 그 아래 총영사관 현판 아래 붙어있던 민주평통 일본지부 현판이 제거된 상태로 붙어있던 자국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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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조은효 특파원】 지난 13일 도쿄 미나토구 소재 재일대한민국민단(민단) 건물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일본지역회의' 현판이 철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민주평통은 대통령직속 자문기구다. 민단과 함께 동거하며 정권과 고리 역할을 해온 민주평통 일본지부 현판이 내려진 것이다. 정부의 '민단 배제 정책'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민주평통이 지난 8월말 19기 해외 간부위원을 새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수십년간 민단 중앙단장이 맡아오던 일본지역 민주평통 부의장 자리를 사실상 박탈하고, 재일한국상공회의소 측으로 넘긴 게 현판 철거의 직접적인 이유로 지목된다. 통상적이었다면 현재 민단을 이끌고 있는 여건이 중앙단장이 맡아야 하나, 이번 19기 일본 지역 부의장은 김광일 재일한국상공회의소 명예회장에게 돌아갔다.

이번 임명을 두고 일본 현지에선 정부가 보수적 성향의 민단에 강한 경고를 준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민단의 기본 성향은 반공 보수다. 과거 냉전 당시 조총련과 각을 세워오며 동포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자임해 왔다.

기류 변화가 생긴 건 이번 정부 들어서다. 한반도 평화 구축이란 기조에 맞춰 조총련과 화합할 것을 주문한 정부에 민단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사건이 지난 4월 발생했다.

여건이 민단 중앙단장이 당시 서울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조총련과 사이좋게 지내라고 하는 말이 있다. 3·1절 행사도 같이 하라고 한다. 하지만 절대 못한다"는 발언이 한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된 것이다. 여 단장은 조총련이 조선노동당의 직접적인 지시를 받는 단체라고 강조하면서 "조총련이 노동당과 관계를 끊으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 단장은 유튜브 채널 '김동길 TV'에도 출연해 "보도를 보면 도쿄올림픽 공동입장, 공동응원단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못한다. 일본 사람들이 조총련, 북한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도 말했다. 민단과 조총련의 교류 필요성은 그간 여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 6월엔 보다 직접적인 메시지가 나왔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일본 동포간담회에서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남북선수단 공동입장 및 단일팀 구성 계획을 밝히며, 과거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민단과 조총련이 공동응원단을 구성했음을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내 4개 협의회 중 하나인 민주평통 일본 중부협의회장(나고야 중심)에 과거 반국가단체로 분류됐던 한통련 출신의 진보성향 인사가 임명되자 이 지역 44명의 자문위원 중 민단이 추천한 자문위원 28명이 줄사퇴하는 초유의 사건도 최근 함께 벌어졌다. 일본 동포사회의 이념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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