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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북한 지뢰에 두 다리 잃은 예비역 군인, 보훈처 “‘전상’(戰傷)이 아닌 ‘공상’(公傷)” 판정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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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하재헌 예비역 중사. 연합뉴스


국가보훈처가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에 대해 ‘전상’(戰傷)이 아닌 ‘공상’(公傷) 판정을 내린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전상’은 적과 교전이나 무장폭동 또는 반란을 진압하기 위한 행위,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직무수행 중 입은 상이를 뜻한다. 반면 ‘공상’은 교육·훈련 또는 그 밖의 공무, 국가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등의 과정에서 입은 상이를 의미한다. 군 안팎에서 공상보다 전상을 명예롭게 여기는 배경이다.

◆군은 “전상 맞다”는데, 보훈처 보훈심사위 “전상 아니다”···하 중사 “이의신청, 판정 번복 안 되면 소송 불사”

17일 보훈처에 따르면, 보훈심사위원회는 지난달 7일 회의에서 하 중사에 대해 공상 판정을 내리고 이런 결정을 23일 하 중사에게 통보했다. 하 예비역 중사는 2015년 8월 4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 작전 중 북한군이 수색로 통문 인근에 매설한 목함지뢰가 터지면서 양쪽 다리를 잃었다. 그는 부상 이후 국군의무사령부 소속으로 근무했으며 “장애인 조정 선수로서 패럴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 목표”라며 지난 1월 31일 전역했다.

육군은 하 예비역 중사가 전역할 당시 ‘적이 설치한 위험물에 의해 상이를 입거나 적이 설치한 위험물 제거 작업 중 상이를 입은 사람’을 전상자로 규정한다는 내부 규정에 따라 전상판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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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목함지뢰


그러나 보훈처 보훈심사위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하 예비역 중사의 부상을 ‘전상’으로 인정해줄 수 있는 명확한 조항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공상으로 판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심사위는 그동안 군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지뢰사고에 대해 공상판정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 예비역 중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보훈처가 보내온 (공상판정) 문서에는 ‘일반 수색작전 중에 지뢰를 밟은 것과 동일하게 봐야 한다’, ‘전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말했다.

또 “(전상이 아닌 공상 판정이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현재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로 판정이 바뀌지 않는다면 저는 소송까지도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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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사건 부상 장병과 형평성 논란

군 안팎에서는 보훈처의 이번 결정을 두고 과거 천안함 폭침사건의 부상 장병들에 대해 전상 판정이 내려졌던 것에 비춰볼 때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군 당국은 천안함 폭침과 마찬가지로 목함지뢰 사건 역시 북한의 도발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하 예비역 중사 부상에 대해서도 관련 규정을 탄력적으로 해석해 전상으로 인정할 여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보훈처 측은 이에 대해 “하 예비역 중사가 이의신청한 만큼, 이 사안을 본회의에 올려 다시 한번 깊이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국방부의 군인사법 시행령과 보훈처의 유공자법 시행령에 있는 전상과 공상(규정)에 대한 일부 차이 때문에 발생한 문제인 만큼, 앞으로 법률개정 등의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 중사 “보훈처가 정권에 따라 가는 게 답답하다”

하 중사는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억울함과 분노를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국가보훈처는 합참이 적의 도발로 공표했고 적이 매설한 목함지뢰에 부상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DMZ 수색작전 중 지뢰부상과 달리보기 어렵고 또한 사고당시 교전이 없었다고 이야기를 한다”며 “현재 북한과의 화해 교류 등으로 인하여 보훈처가 이러는 게 말이 되나. 국가를 위해 몸 바치고 대우를 받는 곳이 보훈처인 걸로 아는데 보훈처가 정권에 따라 가는 게 저는 답답하다”고 반발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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