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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장전 완료”→“전쟁 원치 않아” 트럼프 냉온탕 이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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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점에선 확실히 그렇게 보인다”

사우디 공격 ‘배후’ 이란 지목하고도

전면전 우려…외교적 협상 여지 남겨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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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석유시설을 공격한 ‘배후’로 또 한번 이란을 지목하면서도 “전쟁을 원치 않는다”며 서둘러 무력 대응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장전 완료”(locked and loaded)란 표현까지 써가며 사우디로부터 확답만 나오면 당장에라도 군사적 보복 공격에 나설 태세를 보였던 전날에 비해 한층 유보적인 태도다. 이번 사안이 중동 전체는 물론 내년 대선 판도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며, 냉온탕을 오가는 상황 관리에 들어간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번 공격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지금 시점에선 확실히 그렇게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누구와도 전쟁하고 싶지 않다. 내내 얘기해왔듯이 우리는 확실히 그것(전쟁)을 피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또 “이란과의 외교가 아직 소진된 것은 아니며 그들이 협상을 원한다고 알고 있다”며 외교적 협상의 여지도 남겨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거푸 이란을 배후에 있는 진짜 ‘범인’으로 지목하면서도 ‘피해 당사국’인 사우디 정부의 최종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의 최대 석유시설을 공격해 불과 몇분 안에 전세계 산유량의 5%를 앗아갔다는 점에서, 이전의 우발적인 드론 격추랑은 심각성에서 차원이 다르다. 이란 소행이라는 확정적 결론이 내려지면 보복 공격에 나서지 않을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안전한 선택지가 별로 없어 ‘중동 전 지역이 불타오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넘쳐나고 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전했다. 중동에서 전면전이 벌어지면 국제 유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재선 도전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피하고 싶은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다.

판단을 떠맡은 사우디 정부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사우디 정부는 이날 “초기 조사 결과, 이란산 무기가 공격에 이용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관련 조사가 진행 중으로 모든 결과는 추후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공격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직접적으로 이란을 비난하며 즉각적인 보복 공격에 나서겠다는 선까진 나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문제는 ‘이란 문제에 관해선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비아냥까지 나올 만큼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는 이란의 무인기 격추에 대한 보복 공격을 하려다가 실행 10분 전에 취소하거나 ‘이란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던 제 말을 ‘가짜뉴스’라고 몰아가며 부인하기도 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태도에 적국인 이란은 물론, 미 행정부 소속원들조차 혼란스러워하고 있어 현 상황에 대한 예측·관리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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