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의 성과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평양선언에 담긴 비핵화와 군사 긴장완화, 경제 협력, 이산가족 상봉, 문화·체육 협력 등 5개 분야에 걸친 남북 간 합의 중 일부는 시동이 걸렸다. 지난해 10월 남북은 고위급회담을 열어 철도·도로 연결과 산림 협력 등 분야별 이행 일정을 마련했다. 특히 9·19 남북군사합의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에 적잖이 기여했다. 남북이 비무장지대 내 초소를 시범적으로 폭파하고, 휴전선을 가로질러 도로를 연결한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이후 남북관계는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복구와 화상 상봉 등을 논의할 적십자회담은 아예 열지도 못했다. 군사 긴장완화를 위한 공동지뢰제거작업 등 후속조치도 남쪽만의 행동에 그쳤다. 이렇게 된 데는 대북 제재의 유지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탓이 크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더욱 남측을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단거리 미사일 등 신무기 시험발사를 10차례나 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 1년은 남북관계 진전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인지를 일깨웠다. 남북 모두 더 많은 인내와 노력, 그리고 의지로 관계개선의 재시동을 걸어야 한다. 북·미가 곧 비핵화를 위한 실무협상에 나선다. 북한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모두 외교적 성과가 절실하다. 북한이 그제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로 ‘제도 보장’을 미국에 요구했다. 체제안전보장은 물론 경제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제시한 것이다. 미국의 전향적 응답이 필요하다. 다음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북·미 간 협상을 촉진하는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필요하다. 지난 1년 동안 하지 못한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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