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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판결과 정의’ 펴낸 김영란 위원장 “방법을 모르지, 정의가 어떤 건지는 다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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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며 대법 판결문 되돌아보자는 취지

대법관들에게 허용된 자유에 관해서도 사안·주제별 탐색

경향신문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판결과 정의>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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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여성 대법관이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으로 잘 알려진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새 책 <판결과 정의>를 냈다. 2015년 나온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의 후속작이다. 전작에서는 본인이 대법관으로 참여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돌아봤고, 이번 책에서는 퇴임 후에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을 밖에서 살펴봤다.

김영란 위원장은 대법관 퇴임 직후인 2010년부터 올해 2월까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1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냈다. 올해 4월 대법원 양형위원장으로 임명됐고, 이번달부터는 아주대 로스쿨에서 석좌교수로 다시 강의한다.

김 위원장은 17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새 책 취지를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로스쿨에서 한 학기는 무조건 최신 전원합의체 판결 전문을 같이 읽으면서 수업한다”며 “지난해 여름 판결 몇개를 추려 무조건 써봤다가 덮어놨는데, 올해 초 다시 꺼내보니 책이 될 것 같아 정리해 올여름에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목은 ‘판결과 정의’인데 정의를 정면으로 다루지는 못했다”며 “다만 판결과 거리를 두고 지나온 역사와 앞으로 펼쳐질 역사를 생각하면서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판결들을 보자는 취지에서 쓰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 책에서 대법원 판결이 ‘우리 사회를 더욱 정의롭게 했는지’ 살펴본다. 판사들이 순수하게 법리만으로 해석하고 재판할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대법관들이 자신에게 허용된 자유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돌아본다.

성희롱 교수의 해임결정 취소 소송, 가습기살균제 사건, 강원랜드 사건, 키코(KIKO) 사건, 삼성 X파일 사건, <PD수첩> 광우병 보도 사건 등을 통해 가부장제, 자유방임주의, 과거사 청산, 정치의 사법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이 중에서도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가부장제다.

김 위원장은 “가부장제는 단순히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계층화에 의해 구축된 위계질서 문제”라며 “가부장제에서 우리 몸에 체화된 의식이 남혐과 여혐, 계층 간 분리 문제 등을 다 자아내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책 제목에 ‘정의’를 넣는 것에 대해 마지막까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1981년 판사를 시작해 30년 가까이 재판을 했지만 여전히 ‘진정한 정의’는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정의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며 “법원의 역할은 갈등을 평화롭고 모든 사람 혹은 당사자들이 최대한 수용할 수 있게 해결해줘야 하고, 그런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방법을 모르는 것이지 어떤 게 정의로운 건지는 다들 알지 않나 싶다”며 “사람들이 느끼는 공정한 사회를 잊지 말고 판결을 해나가야 하고, 그렇게 가고 있다면 우리 사회가 잘 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법조인이면서, 지난해엔 ‘대입개편 공론화위원장’까지 맡았던 터라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신간 소개를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답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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