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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미국 대통령을 ‘빨대’로 뽑는다?…핫이슈 된 ‘플라스틱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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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강제로라도 금지”…워런 “기후변화 전체 봐야”

트럼프 “편하고 좋은데 왜”

선거자금 모금에 역이용도

경향신문

‘고작 빨대 따위가 미국 대통령을 뽑는 기준이라고?’

빨대, 정확히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가 내년 11월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을 달구고 있다. 지난해 코스타리카 연안에서 빨대가 코에 박힌 채 신음하는 올리브바다거북의 영상이 공개된 것 등을 계기로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령’이 세계 각지 커피 매장 등에서 내려지고 있다. 이런 빨대를 더 이상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지, 그렇다면 이것이 최우선 숙제인지 등을 놓고 미 대선판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 입장에서 보면 ‘빨대 논쟁’에 대한 입장이 곧 지지 후보를 드러낸다고 할 정도로 정치적 입장이 선명하게 엇갈린다.

재선에 도전하는 공화당 소속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입장이 분명하다. 대부분의 환경 이슈에서 그렇듯 트럼프 대통령은 빨대 문제도 “편하고 좋은데 왜 없애자는 거냐”는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공화당 소속 연방하원의원 대상 연설에서 민주당의 ‘그린 뉴딜’(10년 내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 축소)을 맹비난했다. 그는 “그 사람들은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자고) 얘기하고 있는데, 그러면 일회용 접시는 어떻게 하고, 비닐봉지들은 어쩌란 말이냐”라며 “우리는 민주당이 플라스틱 산업을 없애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트럼프 캠프는 빨대 논란을 선거자금을 모으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트럼프 선거대책본부는 지난 7월 말 ‘트럼프’ 이름을 새긴 빨간색(공화당 상징색) 빨대(사진)를 10개들이 한 세트당 15달러에 팔아 모두 45만6000달러(약 5억4000만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빨대 판매 아이디어를 낸 브래드 파스케일 선대본부장은 자신의 이름으로 ‘빨대를 다시 위대하게’라는 제목의 e메일을 지지자들에게 발송했다. 편지 본문에는 ‘진보적인 종이 빨대는 쓸모가 없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빨대 판매라는 역발상으로 ‘정치적으로 올바른(PC)’ 이슈에 거부감이 큰 주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선거자금도 거둬들이는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다소 복잡하다. 일회용 빨대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친환경적 유권자’들도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줄잡아 20명에 이르는 대선주자 중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두 여성 후보가 특히 적극적으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해리스는 ‘강제로라도 전면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인 반면, 워런은 ‘그런 지엽적 문제보다 기후변화 전체라는 큰 그림을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4일 CNN방송 주최 기후변화 관련 타운홀미팅 토론에서도 논쟁이 벌어졌다. 해리스는 당시 토론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면서 “종이 빨대 질만 조금 개선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워런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산업 구조 전체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백열전구, 빨대 등에 대한 금지냐 허용이냐의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빨대를 사용해도 되느냐 같은 문제에 천착할 경우 자칫 트럼프가 유도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취지였다.

민주당 내부에선 논쟁 자체를 놓고도 ‘시작이 반이냐, 무의미한 논쟁 과잉이냐’라는 시각이 엇갈린다. 생활 이슈의 정치적 어젠다화가 성공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정치적 올바름에 지친’ 트럼프 지지층의 확산을 가져오는 역효과만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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