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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極으로 치닫는 한일…"양국 다 손해 보는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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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의 백색국가 제외 맞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18일 0시 시행 정부 "영향받는 수출기업 100개 미만…개정안 의견에 찬성 91%" "감정싸움일 뿐"…실익 없는 강 대 강 대치에 중소 수출기업 불안도

한·일 경제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지난 11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데 이어 18일 일본을 백색국가(수출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일본 역시 지난달 28일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지워버리는 등 한·일 경제갈등은 양국 모두 손해를 보는 치킨게임으로 흐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소재·부품을 공급받는 양국의 수입 기업이, 장기적으로는 상대 국가에 대한 수출로 먹고사는 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 경제 보복에 '맞불'…韓, 백색국가서 日 제외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통제제도 개선을 위해 추진한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 개정안을 18일 0시를 기해 관보에 게재, 시행에 들어갔다. 일본이 자국 전략물자 관리제도를 백색·비(非)백색국가에서 A~D그룹으로 세분화하고 우리를 신설한 B그룹으로 강등한 데 대한 '맞불' 성격이다.

일본은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보복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연례적으로 해오던 수출통제체제 개선의 일환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호현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17일 사전브리핑을 통해 "전략물자 수출통제제도가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기본원칙에 부합하게 운영돼야 함을 강조해 왔다"며 "이에 어긋나게 제도를 운용하는 등 국제공조가 어려운 국가에 전략물자 수출지역 구분을 변경해 수출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이번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내용은 백색국가인 '가' 지역을 '가의 1'과 '가의 2' 지역으로 세분화해 기존 백색국가 28개국은 '가의 1'로, 일본은 비백색국가인 '나' 지역에 준하는 '가의 2'로 분류한다. '가의 2' 지역에 대한 수출통제 수준은 원칙적으로 '나' 지역의 수준을 적용한다.

자율준수기업(CP)에 내주는 사용자포괄허가는 원칙적으로 불허하되, 동일 구매자에게 2년간 3회 이상 반복 수출하거나 2년 이상 장기 수출계약을 맺어 수출하는 등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품목포괄수출허가는 '가의 1' 지역은 CP기업 등급이 AA, AAA 등급이면 모두 가능하지만, '가의 2'는 나 지역처럼 AAA 등급에만 허용한다.

포괄허가 신청서류는 1종에서 3종으로 늘어나고, 유효기간은 3년에서 2년으로 짧아진다. 재수출은 허가하지 않는다. 개별허가의 경우 '가의 1'은 3종(신청서·전략물자 판정서·영업증명서), '가의 2'는 기존 3종에 최종수하인 진술서와 최종사용자 서약서를 포함한 5종, '나' 지역은 '가의 2' 지역 5종 서류에 수출계약서와 수출자 서약서를 추가한 7종의 신청서류를 내야 한다. 심사 기간 역시 '가의 1' 지역은 5일이나 '가의 2'와 '나' 지역은 15일로 길어진다.

정부는 이번 전략물자 고시개정으로 영향을 받는 수출 기업이 100개 미만일 것으로 파악했다.

눈에 띄는 점은 지난달 14일부터 20일간 이뤄진 개정안 의견 수렴 결과 찬성이 91%에 달해 대다수가 개정안을 지지했다는 점이다. 일본에 맞서는 대응책이라는 점에서 반일감정 확산을 통한 지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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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싸움일 뿐"…실익 없는 대치에 중소 수출기업 불안

문제는 실효성이다. 이번 조치가 일본을 압박하는 효과는 적은 반면 국내 기업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국내 정치로 본다면 일본에 당당하게 맞서는 국가라는 걸 보여주는 것으로, 정치적 목적 외에 경제적으로는 유리한 점을 찾아볼 수 없는 조치"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얼마나 엄격하게 하느냐는 것이 문제인데, 우리 기업의 피해를 예상하지만 일본에 충격을 주긴 어려울 것 같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소기업이 받는 피해를 걱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 교수는 "한국이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 시행과 관련해 일본의 CP 기업과 거래하라고 기업들에 설명한 점을 비춰볼 때 일본 기업도 한국의 중소기업과 거래하면서 불확실성을 안고 가느니 CP를 가지고 있는 대기업과 거래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일 경제갈등은 감정싸움이어서 양국 기업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기업의 신뢰 상실로 거래처 다변화가 이뤄지고 양국 기업의 독과점 체제가 무너지면 한·일 양국 모두 산업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철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한국과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는 감정싸움"이라며 "단기적으로 양국의 소재부품을 받는 기업들이 문제가 되고 장기적으로는 공급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간기업의 교류는 지속해서 이뤄지겠지만 정부 대 정부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면 수출 기업들의 판로가 없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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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기자 noga81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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