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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김정은의 초청친서 묻자…트럼프 “방북 준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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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보다 실무협상에 무게

“나중 어느 시점 갈 것” 여지 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평양 방문 가능성에 대해 “아마도 아니다(Probably not)”라며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았다.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달 셋째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상회담 제안과 평양 초청 내용을 담은 친서를 보냈다는 보도<본지 16일자, 1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어느 시점엔 방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두면서도 정상회담 직거래로 승부수를 띄운 김 위원장의 제안을 완곡히 거부하는, 일종의 선긋기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당장 정상회담을 하기보다는 일단 실무협상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정상회담 담판, 즉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겠지만 미국은 실무협상으로 정지작업을 한 뒤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귀띔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은 대북제재로 대표되는 채찍과 비핵화시 보상이라는 당근을 동시에 구사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해 왔다”며 “최근에는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고, 북한 역시 여기에 호응해 실무협상을 개최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내세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강경한 어조로 공격했다. 노딜로 끝난 지난 2월의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계속된 기류다. 그러나 최 제1부상은 지난 9일 돌연 “(미국)고위관계자들이 최근 조미 실무협상 개최에 준비되여(어) 있다고 거듭 공언한데 대하여 류의(유의)하였다”며 “9월말 실무협상 재개 의사”를 밝혔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 체제 보장” “협상 준비 완료” 등의 메시지를 보낸 데 대한 응답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이 껄끄럽게 여겼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해임했다. 북한 역시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다”며 대미 압박수위를 높였지만 “실무협상을 기대한다”는 표현까지 사용(외무성 미국국장 16일 담화) 하며 분위기를 맞추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정상회담 직행을 원하던 북한이 선 실무협상쪽으로 방향을 틀면서도 정상회담에 목표를 두는 반면, 재선이 목표인 트럼트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ICBM) 발사를 유예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선에서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입장을 대변해온 조선신보는 14일 “조·미 수뇌(북·미 정상) 회담이 열리게 되면 핵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조선과 미국이 서로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면서 새로운 조·미 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계기점이 될 것”이라면서도 “실무협상은 수뇌회담에서 수표하게 될 합의문에 담아내는 내용을 논의하고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실무협상은 정상회담을 위한 과정일 뿐이라는 얘기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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