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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차이나인사이트] 초반 KO패 예상 뒤엎고 15라운드까지 버티는 중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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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수출 8.1 % 줄고 일자리 영향

타격 있지만 치명적 수준엔 못미쳐

중국 내에서 가치사슬 완결되는

국가밸류체인 확대에 대처해야



미·중 무역전쟁 15개월, 중국 경제 중간성적표



중앙일보

지난해 7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이 15개월째에 접어들었다. 무역·고용·환율 등 중국 경제 각 분야에 영향이 미치고 있지만 치명상을 피한 중국은 장기전으로 맞설 태세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만나 악수하는 장면. [오사카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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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1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추가관세 부과와 중국의 보복관세 맞대응으로 상대국에 부과하는 평균 수입관세율이 20%를 넘어섰다. 양국은 협상은 하면서도 양보 없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 사이 중국 경제는 무역전쟁으로 얼마만큼 타격을 입었을까. 향후 무역전쟁은 어떻게 전개되고 한국은 어떤 대비책을 준비해야 할까. 중국 경제 현장에서의 체감을 바탕으로 무역전쟁 15개월을 중간 점검해 본다.

미국의 압박이 가중되면서 중국이 받는 영향도 거시경제와 수출·물가·취업·자본시장·환율 등 전방위로 가시화되고 있다. 헝대(恒大)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의 전체 수출과 대미 수출 증가율은 각각 +0.1%와 -8.1%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9.8% 포인트와 19.4% 포인트 줄어든 실적이다. 특히 전기전자·기계업종에서 타격이 있었다. 그러나 중국 수출 업종 전체가 받은 충격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관세 공격에 중국이 보복관세로 맞서면서 중국 당국은 수입성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가능성을 예의 주시해왔다. 하지만 당장은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전체 물가에서 국내 요인이 크고 수입가격지수의 비중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내다보는 소비자물가 상승 예상 폭은 0.02~0.03% 포인트 구간이다.

중국 정부가 각별히 신경을 쓰는 취업은 상황이 좀 다르다. 중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중국은 100만 달러 수출에 40.3명의 취업 유발효과가 발생했고 총 수출이 9129만 명분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이를 근거로 할 때 2500억 달러 어치 대미 수출품에 25% 관세가 부과된 데 따른 영향을 계산해보면 199만 명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게 되고 관세부가 범위를 5500억 달러 어치 품목까지 확대하면 420만 명이 영향권에 들게 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밀접한 무역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기계, 전기전자 및 노동집약적 업종은 큰 충격을 받게 될 수 있다.

자본시장은 그동안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공방과 일시적 대화국면을 오갈 때 크게 출렁여 왔는데 앞으로도 주식시장은 시기에 따라 롤러코스트 장세를 보일 수 있고 기업들의 투자의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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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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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환율은 4월 3일 미국이 처음으로 5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에 대해 추가관세 리스트를 발효한 이후 8월 중순까지 누적 기준으로 약 11% 평가절하됐다. 이는 그동안 미국이 중국산에 대해 가중 평균관세율을 12% 올린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 감소의 영향을 흡수한 것이다. 추가관세가 발동될 경우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1 위안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 환율은 경제의 성장과 펀드멘탈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이 그동안 수출에서 누리던 이익의 일부가 동남아지역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1~5월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36.4%나 늘었다. 2018년 4분기와 비교해 30% 포인트나 치솟았다.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 미국은 수입 대체처를 베트남, 한국, 대만 등지에서 찾고 있고 중국은 대체 수출시장으로 독일, 홍콩, 인도, 베트남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양쪽 경로를 통해 베트남이 무역전쟁 과정에서 주요 수혜국으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그 규모는 제한적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제조업은 아세안 전체의 7배 이상이다. 인도보다 10배가 크며 베트남보다는 100배나 크다. 크기 뿐 아니라 제조업을 지탱하는 부품·원자재 조달 환경 측면에서도 이들 지역은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세다. 무역전쟁이 더욱 가열되더라도 인도나 동남아권 국가들이 중국을 대체하는 수준까지는 가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영향들을 종합해 볼 때 미·중 무역전쟁이 미국의 일방적 승리로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 점쳤던 관측들은 많이 빗나간 듯 보인다. 중국 경제에 일정한 타격을 주긴 했지만 치명적이거나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그럼 이런 양상이 앞으로는 어떻게 전개될까. 나무만 볼 게 아니라 숲을 보아야 형세 판단과 전망을 할 수 있다. 경제 부문별로 나타나는 현상 뿐 아니라 국가 전략과 전술까지 읽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국가 목표는 세계 패권을 유지하는 것이며 중국은 세계 1위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전략적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은 중국의 굴기를 저지하려 하고 중국은 국제무대에서의 발언권 확대를 추구한다. 전술적 차원에서 미국은 추가 관세부과 등 고강도 중국 압박을 계속하고 있고 중국은 보복관세 등으로 맞대응을 하며 국내경제 단속에 나서고 있다. 권투 경기에 비유하면 미국은 강펀치 KO승을 선호하고 중국은 잽과 어퍼컷으로 대응하며 판정승으로 가려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미국이 사용한 수단은 표면적으로는 관세를 무기로 삼지만 지재권과 하이테크 분야까지 확대하는 전방위 고강도 압박이다. 중국은 경제 리스크 방지가 최우선 과제다. 시중에 돈을 더 풀고 싶지만 유동성 과잉을 억제하기 위해 통화정책 완화정책은 최대한 자제하려는 모습이다. 그 연장선에서 부동산과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의 투자도 일정 수준 이내로 유지하면서 내수 활성화를 통해 경기 선순환 기조를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앞으로도 팽팽한 긴장감 속에 설전을 벌이며 추가조치와 보복조치의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무역전쟁은 아직 초기단계이며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보는 예측이 지금으로선 주류다. 분명한 것은 이 과정에서 양국은 모두 공격과 동시에 방어도 해야 하는 부담감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사실이다. 만약 어느 한쪽이 조기에 백기를 든다면 세계 정치·경제 판세는 급속히 재편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느 쪽도 쉽게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의 선택은 무엇인가? 정치·국제관계 측면에서는 어느 한쪽에 서기 보다는 국익우선의 원칙을 가지고 사안별로 대응하는 기조가 필요하다. 한국은 소규모 개방형 경제체제여서 국제교류를 최대한 많이 해야 하고 현실적으로 대(對)중국 경제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강화해 아시아 역내 교역 비중을 남북으로 확대하고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과 한중 FTA 투자·서비스협정을 조속히 체결하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다.

동시에 중국을 중심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가치사슬의 변화에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지금 세계는 각국의 보호주의 심화로 세계화(globalisation) 경향이 약해지는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sation) 현상을 보이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점차 약화되어 왔는데 이제는 지역가치사슬(RVC)의 형태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역내 가치사슬이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급진전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중국에서는 국가밸류체인(NVC) 즉 중국 내에서 모든 가치사슬이 완결되는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단순 수출이나 투자가 아니라 중국의 RVC와 NVC에 연결하는 노력이 필수 과제다. 지금 중국 시장은 판세가 변하는 시기다. 정비된 다음에 시장에 들어가는 것은 차가 떠난 뒤 손드는 격이 될 수도 있다.

박한진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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