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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정진 "지뢰는 어뢰와 다르다" 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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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河중사 公傷 판정의 전말]

정진 "지뢰는 피아 구분도 없고 설치나 이런 것들이 명확지 않아"

피우진 "규정 고쳐 戰傷 주려했는데 보훈처 나오고보니 公傷 처리돼… 내가 결재했는지는 확인 안된다"

조선일보

피우진 前보훈처장, 정진 보훈심사위원장.


하재헌 중사의 공상(公傷) 판정 당시 최종 책임자였던 정진 보훈심사위원장은 17일 본지 통화에서 북한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 중사에 대해 전상(戰傷) 판정을 내리지 않은 것에 대해 "지뢰는 (천안함 폭침 도발의) 어뢰와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보훈처장이었던 피 전 처장은 "나는 전상으로 하라고 했다. (그렇게 되지 않은 것에) 화가 난다"고 했다.

◇정진 "어뢰는 지뢰와 달라"

정 위원장은 "내가 알기로는 전(前) 정부의 영웅이기 때문에 전상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발언은 없었다"며 "공상 판정을 내린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을 과도하게 해석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시행령을 보면 상당히 구체적"이라며 "구체적으로 해놓은 조항을 유추해 조항에 없는 부분에 전상을 주기는 참 난감한 노릇"이라고 했다.

그는 천안함 폭침 사건과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차이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천안함 때는 어뢰로 타격을 입었는데, 어뢰는 발사한 사람이 있는 것"이라며 "어뢰 피격을 부정하지 않는 이상 명백하게 교전에 준해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뢰 피해와 관련된 부분은 조항이 없을뿐더러 지뢰는 피아 구분도 없고 설치나 이런 것들이 명확지 않다"며 "아마도 국방부가 지뢰 제거를 하다 부상당한 사람들을 위해 (군 인사법에) 지뢰 관련 조항들을 마련한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뢰로 전상 처리된 사례를 찾아봤는데 적진에서 지뢰 사고를 당한 경우 한 번뿐이었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군 안팎에선 "북의 명백한 도발을 우발적 사고로 둔갑시킨 불순한 주장"이란 지적이 나왔다. 예비역 육군 장성 A씨는 "북이 우리 장병 살상을 노리고 몰래 설치한 공격용 목함지뢰를 전방 지역에 방어용으로 깔아놓은 대인지뢰와 동일시한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다만 정 위원장은 "하 중사가 재심 신청을 했으니 당연히 검토할 것"이라며 "재판이 1·2·3심이 있듯 똑같은 상황을 두고 달라지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하 중사가 '전상이 인정되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법적 미비나 부족한 부분들이 오히려 법원에서 받아온 판결로 개정될 수 있다"고 했다.

◇피우진 "지금 단단히 화가 나"

피 전 처장은 "나는 30년간 군 복무를 했고, 의무 복무를 하는 병사들을 대우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하 중사가 당연히 전상이라고 생각했고 여러 번 전상을 줘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피 전 처장은 "(보훈심사위에서 공상 얘기를 꺼내자) 여러 번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다"며 "하지만 시행령을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는 "판정을 기다리는 하 중사에게 '내부 규정을 고쳐서라도 전상을 주려 하니 기다려 달라'고 하라고 했다"며 "그런데 보훈처를 나오고 보니 공상 처리가 됐다"고 했다.

피 전 처장은 "국가유공자 전·공상 처리는 위원회를 여러 번 거치고 결과를 보고한다"면서도 "내가 마지막 보고를 받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 보고) 전에 다시 한 번 심의하고, 규정을 고치는 과정이 필요하니 하 중사에게 기다리라고 얘기한 것까지만 생각난다"며 "그러고 나서는 갑자기 보훈처장직을 내려놨기 때문에…"라고 했다.

피 전 처장은 "의무 복무를 하는 병사들은 국가의 부름을 받고 온 것이기 때문에 체육 활동을 하다 다쳤든 다른 활동을 하다 다쳤든 활동 지역이 모두 작전 지역이라고 생각하고 전·공상을 판단해야 한다는 게 내 신념"이라며 "보훈처장 재직 시절 가장 강하게 주장해왔던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하 중사를 여러 번 보기도 했는데, 그분이 이렇게 상처입었는데 또 이런 상황이 일어나니 열받고 지금 단단히 화가 나 있다"며 "하 중사의 공상 판정을 내가 결재했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보훈심사위는 지난달 7일 하 중사에 대해 공상 판정을 내렸고, 피 전 처장은 1주일 뒤 퇴임했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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