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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여의도인싸] 20대 무당층 늘리는 건 여야의 ‘내로남불’…극렬 대치 속 묻히고마는 자성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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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인싸’는 국회 안(inside)에서 발생한 각종 이슈와 쏟아지는 법안들을 중앙일보 정치팀 2030 기자들의 시각으로 정리합니다. ‘여의도 인싸’와 함께 ‘정치 아싸’에서 탈출하세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삭발, 참 억지스럽습니다. 억울한 약자들의 투쟁방식(삭발, 혈서, 단식, 농성, 점거 등)을, 강자로서 마음껏 세상을 주물러 온 이가 즐기듯 따라 하고 있습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머리는 두 달 만에 자라지만 민생은 이년 후퇴합니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 “제1 야당으로서 입법부를 완전 마비시킬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분들이 삭발 단식한다는 것은 좀 민망하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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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발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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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의원들이 자유한국당의 삭발·단식 투쟁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감상평들입니다. 지난 16일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을 요구하며 삭발을 했고, 같은 당 이학재 의원은 15일부터 단식에 돌입했습니다.

‘정치쇼’를 멈추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민주당의 '호소'입니다. 하지만 반향은 크지 않습니다. 시계를 몇 년 전으로 돌려보면 야당 시절 민주당의 행태도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학재 의원이 17일 “문재인 대통령도 광화문에서 단식했었다. 그것이 민심을 내팽개쳐도 좋다는 차원은 아니었다”고 반박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시절이던 2014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단식 투쟁에 동참한 적이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단식 농성을 말리기 위한 ‘동조 단식’의 성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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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이학재 의원은 15일 오후 부터 단식을 시작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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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제1야당이던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도 삭발·단식·장외 투쟁이 있었습니다. 2014년 8월 새정치민주연합의 은수미 의원 등이 세월호 유가족들과 단식했습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2010년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며 삭발을 하고 22일간 단식 투쟁을 했습니다.

심지어는 노무현 정부 막바지이던 2007년 장관과 여당(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당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반대해 단식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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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단식을 중단한 문재인 의원이 서울시립 동부병원을 찾아 46일 만에 단식을 중단한 '유민 아빠' 김영오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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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행태에 대해 상대 당은 냉소했습니다. 2013년 야당의 장외투쟁을 두고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장외투쟁의) 실상은 주태야숙(낮에는 태업, 밤에는 노숙) 정치... 민주당은 국민과 민생을 위해 무조건 국회 복귀만이 책임 있는 제1야당 본연의 자세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야만 바뀌었을 뿐 반복되는 공방은 정치 불신과 혐오를 부추긴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 9~11일 SBSㆍ칸타코리아 여론조사에 따르면,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라거나 ‘모르겠다’는 응답층이 38.5%로 최근 여론조사 중 가장 높았습니다. 또 20대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가 지난달보다 11.5%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고 자유한국당이 20대 지지율을 흡수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9월 3~5일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20대의 한국당 지지율은 8% 수준으로 떨어졌고, 지지정당이 없다는 응답은 30%로 늘었습니다. 젊은 층일수록 정치 불신이 커져 무당층으로 남는 추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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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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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할 것 없이 정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우선해야 할 부분은 ‘내로남불 구태 청산’이 아닐까요. 과거의 언행에 대한 반성 위에서 혁신을 이야기해야 진정성이 느껴질 테니까요.

최근 민주당 최연소 의원인 김해영 최고위원은 “지금 국회는 여야 간 생산적인 토론은 없고 진영대결만 남았다. 그 밑바탕에는 ‘우리가 절대 선(善)이다. 너희는 악이다’라는 인식이 깔린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런 태도가 출발점일 겁니다. 조 장관을 무조건 감싸려 하기보단 청년층과 지지층의 실망감을 대변했던 금태섭·박용진 의원이 관심을 끈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겁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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